한국에 ‘러브콜’ 보내더니 “미국이 정말 이걸 할 줄이야”… 업계 ‘들썩’이는 이유가

미국 조선업 재건 행정명령에 서명
한국 조선사들과 협력 의지 강조
업계 “새로운 기회” 기대감 고조

“우리는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한국 조선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때 세계 최강이었던 미국 조선업이 몰락한 자리를 중국이 차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의 SOS, “1년에 한 척도 못 만든다”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재건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절박한 상황을 토로했다.

“예전엔 하루에 한 척의 배를 만들곤 했지만, 사실상 지금은 1년에 한 척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조선업 재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때 선박 건조량 세계 1위를 자랑하던 미국은 현재 20여 곳의 조선소에 남은 건조량이 고작 29척에 불과하다.

반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1,700건의 선박 건조를 수주한 반면 미국은 단 5건만을 수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도 “우리는 사실상 더 이상 선박을 건조하지 않는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재건 기간 동맹국 선박 구매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재건에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하며 그 기간 동안의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각료회의에서 “조선업을 매우 잘하는 나라들이 있고, 이들 국가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들 국가로부터 최첨단(top of the line) 선박을 주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미국 조선업이 완전히 재건되기 전까지 조선 경쟁력을 갖춘 동맹국들로부터 군함이나 상선을 구매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의회에 구매 자금 승인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현재 세계 1위의 조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도 한미 간 협력 분야로 조선업을 특별히 언급한 바 있다.

한국 조선업계, 미국과 협력 가속화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한국 조선업계는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HD현대와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7일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헌팅턴 잉걸스가 해외 조선소와 MOU를 맺은 것은 HD현대가 처음이다.

또한 HD현대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국내 최초로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향후 5년간 미 해군 전투함에 대한 유지·보수·정비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협력 속도가 가장 빠른 업체로, 올해 초 국내 조선업체 최초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필리조선소는 2000년 이후 미국 존스법이 적용되는 대형 상선의 50%를 공급한 실적을 갖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작년 7월 미국 해군 함정인 ‘월리쉬라호’와 ‘유콘’호의 MRO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미국 의회도 이러한 움직임에 호응하고 있다.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과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등을 발의해 10년 내 미국 선적 상선을 250척으로 늘리고, 한국과 같은 미국 동맹국이 자국 조선소에서 미국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해군이 향후 30년간 364척 구매에 1조 750억 달러(약 1,600조 원)를 투입할 계획인 가운데, 세계 1위 건조역량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는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조선업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조선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