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하는 ‘외상 거래’?
투자자 보호 대책 필요하다
주식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A 씨는 최근 ‘토스 증권’ 앱을 통해 처음으로 주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타사 증권 어플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데 비해 토스 증권은 쉽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데다, 은행과의 연동도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비교적 간편하다.
평소 관심이 있던 기업의 주식을 사려던 차에 A 씨는 궁금증이 생겼다. ‘외상 구매’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할부처럼 지금은 돈을 내지 않고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뜻일까 생각했다는 A 씨.
그러나 이러한 토스 증권이 시작한 ‘외상 구매’ 서비스가 금융 소비자들에게 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
사실 이 ‘외상구매’ 서비스는 ‘미수거래’를 의미하는 단어다. 미수거래를 ‘외상 구매’라는 친숙한 용어로 바꿔 제공하며 단기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였지만, 그로 인한 위험성 역시 커졌다.
미수거래의 본질, 투자자를 고려하지 않았다
‘외상 구매’는 투자자가 가진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의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일종의 초단기 레버리지 투자 방식이다.
투자자는 주식 매수 후 2영업일 안에 대금을 갚아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증권사는 강제 매도를 통해 미납금을 회수한다.
문제는 이런 반대매매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의 손실이 원금을 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외상 구매 3.3배 가능’ 등으로 표현된 서비스는 적은 증거금으로도 큰 금액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 UI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토스증권은 외상 구매를 선택한 계좌에서 미수거래가 기본으로 설정되도록 만들어, 투자자가 무의식적으로 위험한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러한 구조 때문에 첫 미수거래를 시작하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수거래가 단타 매매를 선호하는 데이트레이더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표현이 투자자들에게 미수거래를 과도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으며, 이에 토스증권은 내년 1월부터 서비스 명칭을 ‘미수거래’로 수정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은 ‘외상 구매’라는 표현이 미수거래의 본질적 위험성을 숨긴 채 투자자들에게 빚투를 유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선제적 조치를 통해 용어를 변경하도록 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