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범위를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하면서 전세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받고 있다. 거래 절벽을 풀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 속에서도, 이미 공급이 바닥을 치고 있는 전세시장에 추가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12일 토허구역 내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입할 경우, 매수인의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까지 최대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으며, 5월 13일 이를 입법예고했다. 매수인은 발표일 이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 입주해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오는 5월 말 시행 예정이며, 2026년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한 건에 한해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매물 27% 줄고 전세가는 10년 만에 최대 폭 상승
서울 전세시장은 이미 심각한 공급 부족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 6768건으로, 연초 2만 3000건 수준에서 27.3%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3% 상승하며 2015년 11월 셋째 주 이후 최대 주간 상승 폭을 기록했다. 송파구(0.49%), 성북구(0.36%), 광진구(0.34%) 등 학군·직주근접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입주 절벽과 실거주 전환 시점 ‘충돌’ 우려
향후 공급 여건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5년 4만 6000가구에서 2026년 4200가구, 2027년 1만 300가구, 2028년 3000가구로 급감한다. 서울의 연간 적정 신규 아파트 수요인 4만 7000가구와 비교하면 중기적 공급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유예 조치로 실거주 전환이 집중되는 시기와 입주 절벽 구간이 맞물릴 수 있다는 점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학군지와 직주근접 지역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귀소가 늘어나면 임대 매물 감소와 신규 임차 수요 증가가 겹쳐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산 선별 이동에 그칠 것” vs “전세 물량 멸실 우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조치는 토허구역 거래 절벽을 풀려는 성격이 강해 매물 폭증보다는 갈아타기 자금이 충분한 일부 계층 내 자산의 선별적 이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매수자가 2년 뒤 실거주 입주를 해야 하는 만큼 기존 전세 물량 일부가 그 시점에 멸실되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무주택자가 세입자 있는 집을 매입해 입주하는 구조인 만큼 전월세 수요가 줄어 총량 차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 내 비거주 1주택 규모조차 공식 통계로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책 효과와 부작용을 사전에 정량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