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더 내라고요?” 해외선 이렇게 한다더니… 이젠 미국마저 등 돌렸다, 무슨 일

미국 내 팁 문화
과도한 요구에 불만 폭증
국내선 ‘팁 요구’ 불공정 행위

오랜 기간 ‘감사’의 상징이었던 팁 문화가 이제는 강요와 위협으로 변질되며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 외면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이 문화가 국내 일부 영업장에도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모든 비용을 포함한 최종 가격을 받도록 규정된 국내 법규상, 이러한 추가 금액 요구는 그 자체로 위법의 소지가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팁 안 줬다고 손님 차 막고 항의하는 미국

미국에서 서비스 종사자가 손님에게 팁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모습이 포착돼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틱톡 영상에는 식사를 마친 남성의 차량을 바텐더와 서버가 달려와 가로막는 장면이 담겼다.

이들은 남성에게 팁을 제대로 달라고 요구했고, 남성이 당황해 차에서 내리자 심지어 “우리 형이 경찰이다, 당장 식당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위협적인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에 대해 미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팁을 안 줬다고 쫓아가는 행위는 명백히 잘못되었다”, “팁은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일부는 “팁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 식당에 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팁 문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회의감은 이미 수치로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쿠폰버즈가 미국인 1,1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4명 중 3명이 “팁 문화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대다수는 팁에 대한 필요성을 없애기 위해 서비스업 종사자의 최저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은 ‘최종가격 표시제’, 팁 요구는 명백한 불법 소지

해외의 팁 문화는 서비스 종사자의 낮은 임금 부족분을 보충하는 제도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국은 음식값에 이미 봉사료와 부가세 등 모든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최종지불가격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키오스크나 배달 앱을 통해 팁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 냉면집은 주문 화면에 ‘고생하는 직원 회식비’ 명목으로 300원의 추가 결제 옵션을 노출했으며, 경기도 부천의 한 피자가게는 배달 앱에서 특정 팁을 내는 손님만 주문할 수 있도록 필수 선택 메뉴를 만들어 논란이 되었다.

이러한 팁 요구 행위는 한국의 현행법상 불법의 소지가 크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모든 식품접객업소가 부가세, 봉사료 등을 포함한 ‘최종 가격’만을 가격표에 게시하고 손님에게 그 금액만을 받도록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가격표에 없는 추가금을 요구하거나, 서비스 향상 명목으로 결제를 강요할 경우 공정거래법 또는 부가가치세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

문화적 차이 넘어선 소비자 신뢰 문제

이처럼 법적으로도 명확한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팁 문화가 무분별하게 도입되려는 시도는 문화적 차이뿐만 아니라 법적 문제를 무시하고 소비자에게 부당한 경제적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소상공인의 87%와 일반 소비자의 73%가 팁 문화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감사를 표시하는 ‘증여’의 형태가 아닌, 플랫폼이나 업주가 직간접적으로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행태는 결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권익과 법적 테두리 안에서 국내 실정에 맞는 서비스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