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업계 ‘숨통’ 끊으려나… 中이 칼 빼들자, “미국 때문”이라는 말 나오는 이유

중국, 핵심 광물 통제 고삐 조인다
반도체·전기차 등 첨단 산업계,
장기화 땐 타격 불가피

“중국의 희토류 기술을 불법으로 획득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했다.” 이는 지난 9일, 중국 상무부가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발표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표면적으로는 국가 안보를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사실상 세계 희토류 공급망의 90%를 장악한 중국이 이를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더욱 촘촘해진 ‘희토류 만리장성’

이번에 발표된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디스프로슘(Dy), 터븀(Tb)을 포함한 7종의 희토류 금속과 관련 합금, 산화물 등이 통제 목록에 올랐다.

이들은 전기차 모터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고성능 영구자석이나, 반도체 웨이퍼 연마, 전투기 엔진의 내열 합금 등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들이다.

앞으로 이러한 품목을 중국에서 수입하려면, 군용과 민간용 양쪽에 모두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의 ‘이중용도 물자 수출허가증’을 중국 상무부로부터 발급받아야 한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수입이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반도체·AI 정조준…미국 향한 명백한 경고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반도체 장비 및 기술 수출 통제에 대한 명백한 맞대응 조치로 분석된다.

미국이 반도체 기술로 중국의 숨통을 조이자, 중국은 원자재 공급망을 무기로 반격에 나선 형국이다.

상무부 대변인이 “일부 해외 조직이 중국산 희토류를 군사 등 민감한 영역에 사용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됐다”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배경을 뒷받침한다.

한국은 희토류 수입의 약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계는 당장 생산 차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디스프로슘, 이트륨 등 주요 품목에 대해 최소 6개월분 이상의 공공 비축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기업들 역시 수년간 이어진 중국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재고를 쌓고 호주, 베트남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중국의 1차 통제 조치 이후에도 희토류 수입은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졌다”며, 이번 조치가 한국보다는 미국과 유럽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심사 기간이 길어지거나 허가가 거부될 경우, 생산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조치는 한국 산업계에 ‘공급망 안정성’이라는 근본적인 숙제를 다시 한번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