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주요 건설사들의 신규 수주가 일제히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외형 확대 대신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돌아선 결과다.
15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올해 1분기 신규 수주는 3조 9,621억 원으로, 전년 동기(9조 4,301억 원) 대비 58% 감소했다. GS건설도 같은 기간 4조 6,553억 원에서 2조 6,025억 원으로 44% 줄었다.
이 같은 수주 급감은 단순한 시장 위축이 아닌 건설업계 전반의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매출보다 이익”을 우선하는 기조가 대형사는 물론 중견사까지 확산되고 있다.
공사비지수 7개월 연속 상승…수주할수록 적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134.4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130.9를 기록한 이후 7개월 연속 상승세다.
중후판, 냉간압연강재, 산업용 운반기계 등의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공사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갈등 등 지정학적 불안이 원자재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흔들고 있는 탓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래의 공사비 인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수주는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매출이 줄더라도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사도 동일한 흐름…해외 수주는 더 보수적
중견 건설사들도 대형사와 같은 흐름을 보였다. IPARK현대산업개발의 1분기 신규 수주는 3,091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885억 원) 대비 71.6% 줄었고, HL D&I한라는 2,516억 원에서 1,135억 원으로, IS동서는 2,120억 원에서 1,383억 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해외 사업 수주에 대한 태도는 더욱 보수적이다. GS건설의 올해 1분기 해외 수주 비중은 6.8%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13.2%) 대비 절반 수준으로, 업계 전체 해외 수주도 전년 동기 대비 75.2% 급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계약 이후 공사비 인상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는 발주처는 없다”며 “수도권 정비사업 수주도 이전보다 금융 조달 구조와 공사비 반영 조건을 까다롭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 줄어도 이익은 늘었다…전략 전환 효과 가시화
선별 수주 전략은 수익성 지표에서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GS건설의 1분기 매출은 2조 4,00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35억 원으로 4.4% 증가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더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1분기 영업이익이 8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8.4%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11.9%로 약 5년 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주 급감이 단기적으로 매출 공백을 낳겠지만, 무리한 저가 수주로 인한 손실이 반복됐던 과거 구조를 탈피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수주 공백이 2027년 이후 시공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수익성 방어와 수주량 회복 사이의 균형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