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이자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토요타 그룹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공장 폐쇄 및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경제 전문 매체 한델스블라트가 보도했다.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CEO)는 현지시간으로 2일 노사협의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하며, 현재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폭스바겐, 경영 위기 극복 위해 독일 공장 폐쇄 계획 검토 중

경영진은 경영난 해소를 위해 독일 내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최소 한 곳씩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폭스바겐은 독일 볼프스부르크, 브라운슈바이크, 잘츠기터 등 총 6곳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폭스바겐 산하 브랜드인 아우디도 경제적 압박을 받아 지난 7월 전기 SUV, Q8 e트론의 생산을 중단하고 벨기에 브뤼셀 공장의 폐쇄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폭스바겐 그룹이 1939년 설립 이후 독일 내에서 공장을 폐쇄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난 속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안정 협약 종료 예고

경영진은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 협약도 종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 슈피겔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인해 약 2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추정했다. 현재 독일 내 폭스바겐 직원은 약 10만 명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장의 수요 부진과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까지의 비용절감 목표를 기존 100억 유로에서 40억∼50억 유로 추가로 높일 계획임을 밝혔다.

이는 원화로 14조 8천억 원에 달하던 비용절감 목표를 21~22조로 올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조는 이러한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며 투쟁을 예고했다.

다니엘라 카발로 노사협의회 의장은 “수익성과 고용 안정성이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는 수십 년간 합의에 경영진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우리 일자리와 노동 현장, 단체협약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폭스바겐은 내연기관차의 수요 부진에 대응하여 중국 내 공장까지 폐쇄를 계획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공장 폐쇄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하여 폭스바겐이 상하이자동차(SAIC)와 설립한 합작사가 중국 장쑤성 난징에 위치한 공장의 운영 중단을 내년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1985년에 상하이자동차(SAIC)와 합작사를 설립해 난징에 위치한 공장에서 연간 36만 대의 파사트와 스코다 모델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중국 내에서의 수요 감소에 따라 이미 한 곳의 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다른 한 곳의 생산량을 줄인 바 있다. 소식통들은 해당 공장도 폐쇄하거나 정비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폭스바겐 중국지사 측은 “합작사의 모든 공장은 시장 수요와 우리의 전망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전기차 전환에 따라 “단계적으로 차량 생산과 부품 공장도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부진과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 과정에서 내연기관차 생산시설이 과도하게 남아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해당 합작사의 지난해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은 58%에 불과하며, 규모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들은 폭스바겐이 올해 중에 공장 폐쇄 결정을 통해 1만 5천 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할 가능성을 최근 거론하기도 했다.

이들은 북미 행사장에서 만난 폭스바겐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노동조합은 임금에 관해서만 파업할 수 있다. 계약상 보호받지 않는 한 공장 폐쇄나 해고에 대해서는 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폭스바겐 측은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