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로 향한 60·70 “이렇게 많았다니”… 노인들 울린 ‘잔인한 현실’

60세 이상 취업자 700만 명 돌파
연금 소득 부족해 70세 넘어도 계속 일해
고령일수록 비정규직·단순노무직 비율 증가

긴 세월 일한 뒤 안정된 노후를 꿈꾸지만, 많은 한국 노인들은 생계를 위해 일터로 향하고 있다.

통계에서 드러난 고령층의 노동 현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인 빈곤과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젊은 세대의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오히려 노인 취업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취업자 24만 5천 명 증가, 60세 이상은 37만 명 늘어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천916만 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4만 5천 명 증가했다.

취업자가 20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가 각각 6만 7천 명, 10만 6천 명 감소했으나,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3만 3천 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11만 7천 명) 등에서 증가했다.

연령대별 취업자 변화에서는 뚜렷한 대조가 나타났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37만 명 증가한 반면, 20대는 12만 4천 명, 50대는 6만 8천 명, 40대는 3만 9천 명 감소했다.

특히 60세 이상 취업자는 704만 9천 명으로 처음으로 7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추세로 경제활동인구도 3천1만 2천 명을 기록하며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3천만 명을 돌파했다.

노후 소득 부족이 주된 원인

이처럼 노인 취업자가 급증하는 현상은 단순한 고령인구 증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달 발표된 국회예산정책처의 ‘인구·고용동향 &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37.3%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OECD 평균(13.6%)보다 세 배 가까이 높고, 노인 일자리 문제로 고민하는 일본(25.3%)보다도 크게 앞서는 수치다.

고령층이 일터로 향하는 주된 이유는 연금 소득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63세 이상 연금소득자의 월평균 연금액은 100만 원 미만으로, 2024년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34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연금으로는 노후 생활을 유지하기 부족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1차적으로 ‘소득 공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많은 노인들이 70세 이상까지도 일자리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고령일수록 더 취약해지는 노동 조건

더 심각한 문제는 고령층이 노동시장에서 매우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고령층의 노동환경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비정규직 비중은 55세 32.6%에서 60세 42.9%, 65세 61.2%, 70세에는 85.1%로 급증한다.

이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현실을 보여준다.

근무 환경도 열악해진다. 10인 미만 영세 사업체 종사 비율이 55세 31.7%에서 65세에는 49.4%로 크게 늘어난다.

직업 구성에서도 단순노무직 비중이 55세 14.3%에서 65세에는 35.4%까지 증가해, 65세 이상 노인 세 명 중 한 명이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반면 전문직과 사무직은 고령일수록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임금 측면에서도 50대 후반 대비 60대 초반 임금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0.5% 낮았다. 생애 주된 일자리 근속 비중도 55세 58.6%에서 65세에는 29.3%로 크게 줄어들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60세를 전후한 임금 격차 중 약 14%포인트는 생애 주된 일자리 이탈과 관련된 요인들로 설명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노인들이 정년 이후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노인 일자리의 질적 개선과 함께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실질적인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