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서민이라면 누구나 내 집 장만을 꿈꾸곤 한다. 하지만 최근 경매로 넘어간 집합 건물이 13년 만에 사상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서민이 늘고 있다.
이처럼 가계대출의 폭증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금융당국이 드디어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 규제를 강화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의도다.
핵심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리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해 더 높게 적용해 대출 한도를 크게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4분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방침에 따르면,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는 스트레스 금리가 추가로 적용될 예정이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추가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제도이다. 이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가계대출 억제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스트레스 가산 금리 0.38%포인트를 적용하기 시작했지만, 2단계 조치(0.75%포인트 적용) 시행 시점을 7월에서 9월로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9월부터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2단계 조치를 예정대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수도권 주담대에 한해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가 아닌 1.2%포인트로 대폭 상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연소득 5천만 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변동금리(대출이자 4.5% 가정)로 대출받을 경우,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 전에는 3억2천9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수도권 주담대의 경우 대출 한도가 2억8천700만 원으로 약 4천200만 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비수도권의 경우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대출 한도가 3억200만 원으로 줄어들어, 기존보다 약 2천700만 원이 깎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봉 1억 원인 차주가 30년 만기로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받을 경우, 현재는 6억5천8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9월부터 수도권은 5억7천400만 원, 비수도권은 6억400만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진다.
한편, 주기형 고정금리나 혼합형(고정+변동금리)으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변동금리보다 대출 한도 축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스트레스 금리가 상향되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 미치는 불편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DSR 37~40% 수준의 차주들만 한도 축소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대다수가 선택하는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경우, 스트레스 금리가 30~60%만 반영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변동금리 대출보다 한도 축소의 영향을 덜 받게 한다는 의미다.
또한, 금융위는 8월 31일까지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한 차주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인 1단계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경과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기존 계약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