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역사적 불장’에서 홀로 찬밥 신세였던 섬유·의류업종이 2026년 들어 급반등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코스피가 75.63% 치솟는 동안 13.89% 상승에 그쳐 ‘낙오주’로 분류됐던 이 업종이, 최근 한 달 새 14.34%나 뛰며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섬유·의류 업종 지수는 1월 9일부터 2월 11일까지 14.3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7.62%)을 소폭 밑돌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코스피 대비 61.74%포인트나 뒤처졌던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반등이다. 증권(52.23%)이나 건설(37.55%) 같은 ‘슈퍼 사이클’ 업종을 제외하면 양호한 성적표다.
주요 기업들, 4분기 ‘깜짝 실적’ 봇물
반등의 직접적 계기는 주요 패션기업들의 호실적 발표다. 한섬은 지난 9일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1%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637억원(+6.4%), 순이익은 236억원(+81.5%)을 기록했다. 공시 발표 다음 날인 10일 한섬 주가는 2만1,2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11일에도 장중 2만2,250원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F&F 역시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329억원(+10.3%)을 달성하며 시장 기대를 충족했다. 해당 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5,753억원, 1,568억원이었다. 주요 패션기업들이 일제히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이면서 업종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모양새다.
“한·미·중 소비 동반 회복…재고 바닥 찍었다”
증권가는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의 패션 부문 매출은 여성복을 중심으로 2025년 6월 이후 전년 대비 5% 내외 성장 추세를 유지 중이다. 중국 의복 소매판매도 2025년 하반기부터 전년 대비 3~5%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요 회복도 호재로 작용한다. 신한투자증권 박지현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의류 재고액이 최근 3년 추이 중 저점을 지지하고 있어 출하 증가 기대감과 함께 OEM사들 주가도 바닥을 확인 중”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이혜인 연구원은 “미국 고소득층 중심으로 소비 시장이 회복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사들의 오더가 상대적으로 견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230억 지원 나섰지만…”종목별 판단 필요”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2026년 K-섬유패션 산업에 총 230억원을 투입해 글로벌 진출 지원 및 AI·DX 기반 제조 역량 제고를 추진한다. 파리·밀라노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스타 브랜드’ 육성이 핵심이다. 대구시도 2035년까지 3,000억여원을 투입해 전통 섬유업체들의 고기능성 소재·친환경 섬유 전환을 돕는 ‘섬유산업 고도화 추진단’을 본격 가동했다.
다만 신중론도 나온다. 신영증권 서정연 연구원은 “현재 백화점 호황은 코로나19 이후 왜곡된 소비의 정상화, 기저효과, 원화 약세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흡수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국내 패션 소비 지출액도 이전 마이너스 추세를 되돌린 수준이어서 종목별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 반등인지, 구조적 전환의 신호인지는 향후 1~2분기 실적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