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 전날인 20일까지 이어진 정부 중재 절차에서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이날 2차 사후조정 불성립을 공식 선언했고, 노조는 21일 총파업 돌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사후조정 결렬의 결정적 구도는 간명했다.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노조 측은 수락 의사를 밝혔으나, 사측은 “수락 여부에 대해 유보”라며 끝까지 서명하지 않았다.
이번 파업은 삼성전자가 2020년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후 누적된 성과급 갈등이 임계점에 달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창사 첫 파업에 이어 2년 만에 재차 총파업 국면에 진입한 셈이다.
중노위 조정안 ‘수락 vs 유보’…결렬의 구조
중노위는 19일 오전 2차 사후조정을 개시한 뒤 자정을 넘겨 3일차까지 회의를 연장했다. 노조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19일 밤 8시께 사측이 한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다가, 중노위 위원장이 조정 불성립을 선언하기 직전 여명구 사측 대표교섭위원이 이를 철회하고 시간을 요청하며 협상이 연장됐다.
그러나 21일 오전 11시에도 사측은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했고, 결국 조정은 종료됐다. 노조는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후조정 절차가 종료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요구했다”고 합의 불발 배경을 설명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 원칙을 포기하면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도 덧붙였다.
‘메모리 흑자 vs 파운드리 적자’…사업부 간 보상 격차가 핵심 뇌관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사업부별 성과급 분배 구조다. 사측은 수익을 내고 있는 메모리 사업부에 더 많은 성과급을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적자 기조인 시스템 LSI·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도 동등한 수준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한 회사 안에서 사업부 실적에 따라 보상 격차를 크게 벌리면 조직 통합성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회사는 이를 수용할 경우 성과 기반 보상이라는 경영 원칙 자체가 흔들린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는 단순한 금액 문제를 넘어선 구조적 충돌 양상을 보인다.
정부 긴급조정권 카드…30일 파업 중단 효과
정부는 삼성전자 파업이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국가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를 근거로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 중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하는 긴급조정은, 진행 중인 쟁의행위를 즉시 중단시키고 최장 30일간 새로운 파업을 금지하는 효과를 갖는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긴급조정권이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예외적 수단인 만큼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반도체가 한국 전체 수출에서 15~20% 안팎을 차지하는 주력 품목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공익 보호’ 논리도 명분이 없지는 않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노사가 신청하면 밤이든 휴일이든 언제든 조정을 재개하겠다”며 극적 타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승호 공동투쟁본부 위원장도 “추가 사후조정 절차가 있다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혀, 파업 개시 이후에도 협상 테이블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