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도 신청해볼까”…환급금 327억, 언제 어떻게 돌려주나 봤더니

환급금 수백억 찾지 못해 적신호
3년 지나면 권리 소멸된다
연 6천억 과다 징수 현실
건강보험료
건강보험료 환급금 / 출처: 연합뉴스

“내 돈이 있는지도 모르고 시효가 지났다니…” 수백억 원의 건강보험료 환급금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환급금 내역은 건강보험공단에서 간단하게 조회해 볼 수 있지만, 상당수가 존재 여부를 몰라 그대로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인 기다리는 수백억, 3년 지나면 ‘증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건강보험료 환급금 중 무려 327억 원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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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환급금 / 출처: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건보공단 종합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미지급액은 2022년 57억 원, 2023년 124억 원에서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돈들이 영원히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환급금은 3년 내에 찾아가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건보공단의 재정 수입으로 처리된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이렇게 사라진 환급금만 66억 원이 넘는다. 국민의 돈이 자동으로 공단 수입이 되는 구조인 셈이다.

매년 6천억 넘게 과다 징수되는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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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환급금 /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환급금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이중으로 납부했거나, 자격 변동 등으로 보험료가 잘못 계산돼 더 낸 경우에 발생한다.

지난해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료 과오납 발생 건수는 연평균 294만 건, 금액으로는 매년 6310억 원씩 과다 징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총 1470만 건, 3조 1550억 원의 건강보험료가 잘못 부과된 것이다.

환급 안내 미흡과 낮은 인지도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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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건보공단은 미지급 환급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매년 상·하반기 ‘환급금 집중 지급 기간’을 운영하고, ‘환급계좌 사전 신청 제도’를 도입했다.

네이버 앱 등을 통한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로 환급 대상자에게 안내문을 발송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미미하다. 최근 3년간 집중 지급 기간 처리 대상이었던 미지급액 중 약 40%(292억 원)는 여전히 환급되지 못했다.

일부 지사에서는 단순히 안내문만 반복 발송하거나, 연락 불가 사유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대응이 확인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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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환급금 / 출처: 연합뉴스

국민들의 인지도도 극히 낮은 상황이다. 환급계좌 사전 신청률은 작년 12월 기준 지역가입자의 경우 고작 2.72%에 불과했고, 사업장 가입자도 34.3% 수준에 머물렀다.

모바일 전자고지의 열람률도 10% 미만으로, 대부분의 국민이 자신에게 환급받을 돈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최보윤 의원은 “연평균 6310억 원에 달하는 국민의 돈이 과다 징수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 징수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과오납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소멸시효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환급금 지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적극적인 안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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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환급금 / 출처: 연합뉴스

이에 건보공단은 환급금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 지급 기간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사전 신청 제도와 모바일 안내 채널을 적극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개선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도 건강보험 누리집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미환급금이 있는지 확인하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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