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300만원 폭탄?…”어쩔 수 없어요” 서울 한복판서 불법이 ‘우후죽순’, 대체 왜

무더위 속 상가들의 금기 행동
법적 제재에도 계속되는 이유
전력 낭비와 환경 파괴 가속화

“문 열어두면 손님이 1.5배 더 들어와요. 다른 가게도 다 이렇게 하는데 우리만 문 닫으면 손해죠.”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의류매장 직원이 털어놓은 이 말은 여름철 상가 거리의 숨겨진 현실을 보여준다.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개문냉방이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강남·명동 곳곳에서 발견된 개문냉방 현장

지난 3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의류점, 화장품점, 렌즈샵, 잡화점 등 최소 10곳이 출입문을 활짝 열고 영업 중이었다.

한 대형 의류매장에서는 실내 온도를 26도로 유지하면서도 문을 열어둔 채 시원한 냉기를 인도까지 내보내고 있었다. 매장 직원은 “고객 유입을 위해 문을 열고 있다”며 “이렇게 해야 손님이 더 많이 들어온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명동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날 여름철 절약 캠페인을 벌이며 개문냉방 자제 스티커를 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문을 닫은 매장을 찾기가 어려웠다.

한 환전소 직원은 “우리는 겨울에도 문을 열고 영업한다”며 “여름철 냉방비만 월 10만원이 나온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1300개 넘는 점포를 운영하는 올리브영 매장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출 증대 vs 에너지 절약, 상인들의 딜레마

상인들이 법적 제재를 무릅쓰고 개문냉방을 계속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고객 유입 효과다. 무더위에 지친 고객들이 매장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한 상인은 “매장 내부가 시원해야 손님이 한 분이라도 더 온다”며 “개문냉방 시 매출이 1.5배 정도 차이 난다”고 증언했다. 인근 상점들과의 경쟁도 중요한 요인이다. 주변 가게들이 모두 문을 열고 영업하면, 한 가게만 문을 닫을 경우 손님이 덜 들어올까 봐 서로 따라하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소비자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감염 우려로 환기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잠깐 환기’라는 명분으로 문을 여는 경우가 많아졌다.

엄연한 불법행위, 하지만 단속은 전무

개문냉방은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엄연한 불법행위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불응할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017년 이후 단속 고시가 없고, 적발된 사례도 전무하다. 한 의류가게 점원은 “과태료 단속 나오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문을 열 때와 닫을 때 손님의 편차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영업의 자유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8월 중 가장 전력 소모량이 많은 기간에 한정적으로 단속 및 계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문냉방이 가져오는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한국에너지공단 분석에 따르면, 개문냉방을 한 영업 매장은 문을 닫았을 때 대비 전력소비량이 66% 더 높았다. 냉방비를 포함한 총 전기요금은 33% 뛰었다.

더욱 무더운 여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개문냉방은 에너지 위기와 환경 파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개별 상인들의 생존 논리와 국가 전체의 에너지 절약 필요성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실효성 있는 단속과 함께 상인들이 매출 걱정 없이 개문냉방을 포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