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만4080달러(약 7900만 원)를 받는 CEO가 상장 이후 수십억 달러의 돈방석에 앉을 전망이다. 올해 글로벌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스페이스X가 비공개 투자설명서를 제출했으며, 그 안에는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상장 후에도 절대적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한 ‘이중 주식 구조’가 담겨 있었다.
로이터 통신은 4월 20일(현지시간) 스페이스X가 이달 비공개 제출한 투자설명서를 입수·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이번 IPO를 통해 750억 달러(약 111조 원)를 조달하고, 1조7500억 달러(약 2600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반 주주는 1표, 머스크는 10표…’슈퍼 의결권’ 구조 공개
투자설명서의 핵심은 차등의결권 구조다. 일반 투자자가 보유하는 클래스A 주식에는 주당 의결권 1개가 부여되는 반면, 머스크 등 내부자가 보유하는 클래스B 주식에는 주당 의결권 10개가 주어진다.
이 구조를 활용하면 머스크는 실제 지분율보다 훨씬 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상장 이후에도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투자설명서에는 주주들이 이사 선임에 영향을 주거나 법적 조치에 나서려 할 때 이를 제한하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 후 머스크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책을 동시에 유지하며, 9인으로 구성된 이사회 의장직도 맡는다. 구글(알파벳), 메타 등 주요 빅테크가 상장 당시 도입한 이중 주식 구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창업자 중심의 지배 구조를 법적으로 공고히 하는 전략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연매출 187억 달러에도 손실 49억 달러…AI 지출이 핵심 변수
이번 투자설명서 공개로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스페이스X의 재무 구조도 드러났다. 2025년 기준 총자산은 920억 달러(약 136조 원), 총부채는 508억 달러이며 현금 보유액은 248억 달러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86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49억40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 손실의 대부분은 인공지능(AI) 관련 지출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이스X가 우주 발사 사업을 넘어 AI·데이터센터 분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머스크의 보상 설계, 지배권과 경제적 이익 동시에 노린다
머스크는 지난해 스페이스X에서 보수로 5만4080달러만 수령했다. 그러나 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그는 같은 기간 약 14억 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또한 스페이스X의 시장가치가 6조6000억 달러에 도달하며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경우, 머스크는 추가로 6000만 주를 받게 된다는 조건도 투자설명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보상 구조가 머스크의 경영 동기를 단기 성과보다 장기 기업 성장에 연동시키는 설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차등의결권 구조 아래에서 일반 주주들의 경영 견제 능력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기관 투자자들의 주요 검토 사항이 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내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