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상기온 겹친 이중고 속
순살·부분육 품귀에 치킨 업계 ‘초비상’
점주 “닭이 없어 장사도 못 해”

“닭고기가 없어서 치킨을 못 판다고요?”
작년 겨울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닥친 이후, 이상기온까지 겹치면서 닭 수급에 이상이 생기자 치킨 업계가 심각한 공급난을 겪고 있다.
특히 순살과 부분육을 사용하는 브랜드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본사에 주문을 넣어도 재료가 부족해 메뉴를 팔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순살 치킨, 주문해도 ‘3개 중 1개만’

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순살 닭고기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점주들은 열 마리를 주문해도 세 마리도 채 받지 못한다며, “닭고기가 없어 팔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촌치킨도 허니콤보 등 날개와 다리 중심의 메뉴가 많은 만큼 영향을 피하기 어려웠다.
한 점주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발주량의 20% 정도, 그 이후에는 30% 정도밖에 닭고기를 받지 못했다”며, 그 여파로 부분육 관련 매출이 30%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도 20% 이상 줄어든 점포가 많았다.

치킨 본사들은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문제라고 해명했다. 굽네치킨은 “AI 발생으로 도축 수가 줄고, 일부 지역 산불 피해와 닭가슴살 재고 누적 등이 겹쳐 공급량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교촌치킨은 “부분육 생산업체가 닭가슴살 등 비인기 부위를 처리하면서 손해를 보는 일이 많다 보니 생산량을 줄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복합적인 원인을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작년 말부터 이어진 저병원성 AI 유행과 일교차, 이상기온 등이 종란 생육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종란은 닭으로 부화되는 계란으로, 이 과정을 거쳐 육계로 출하되기까지는 약 50일이 소요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닭 출하량은 전년 대비 4.3%가량 감소했다.

업계는 최근 종란 생육 환경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는 공급이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출길은 열렸지만, 국내 수급은 아직 불안
국내 수급은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공 닭고기 제품은 해외에서 새로운 판로를 열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2024년 영국 정부와 협의를 마치고, 삼계탕과 냉동치킨, 닭고기 만두 같은 열처리 제품을 본격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한편 치킨 본사들은 여름 성수기까지 이어질 수급난에 대비해 메뉴 재조정과 공급망 다변화 등의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다.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논의되고 있다. 업계는 “이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서둘러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