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43년 만의 생산 급감
소비는 반대로 ‘깜짝 반등’
기저효과가 만든 착시 현상

10월 산업생산 통계가 발표되자 업계 안팎에서 놀란 반응이 쏟아졌다. 국가데이터처가 밝힌 지난달 산업지표에서 반도체 생산이 무려 26.5%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무려 43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에 ‘위기론’이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겉보기 수치와 실질 상황은 다소 거리가 있었다.
5년 8개월 만의 산업생산 급락

국가데이터처가 28일 공개한 ‘2025년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전 산업 생산지수(농림어업 제외)는 112.9로 전월 대비 2.5% 하락했다. 코로나19 초창기였던 2020년 2월 이후 5년 8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부문은 반도체였다. 광공업 생산은 전체적으로 4.0% 줄었고, 그 안에서 반도체 생산은 무려 26.5% 감소했다.
이는 1982년 10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업계에서는 “삼성·하이닉스가 타격을 입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 수치가 실제 업황 부진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은 역대 최고 수준의 생산량을 기록했던 달과 비교된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며 “계절적 요인과 더불어, 생산량이 줄어 보이는 착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물량 기준으로는 지수가 낮아졌지만, 실제 시장 흐름은 여전히 견조한 편”이라며 “업황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건설은 ‘마비 수준’…투자도 얼어붙어

반도체 외에도 건설 부문이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10월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20.9% 급감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7년 7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건축은 23.0%, 토목은 15.1% 각각 줄었다.
건설 수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택 등 건축 분야가 46.7% 줄었고, 기계설치 등 토목도 29.1% 감소해 전체적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6%나 줄었다.
이 심의관은 “전반적으로 건설 경기가 위축된 데다, 긴 추석 연휴로 실질 조업일수가 줄면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설비투자도 부진했다. 기계류(-12.2%)와 운송장비(-18.4%) 투자 모두 위축되며 전월 대비 14.1%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소비만 홀로 ‘깜짝 반등’…정부 정책 덕도

생산과 투자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내수는 반대로 큰 폭으로 반등했다. 10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5% 증가했다. 이는 2023년 2월 이후 약 3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세부적으로는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는 4.9% 감소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5.1%)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7.0%)는 판매가 늘었다. 특히 음식료품 판매는 전월 대비 12.6%나 뛰어올랐다.
이 심의관은 “정부의 소비 쿠폰 정책, 지역화폐 등 소비 진작책이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며 “추석 명절 특수와 맞물리며 소비가 반등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최근 2개월간 소비가 감소했던 것을 감안해도, 이번 증가 폭은 기저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고 말했다.
경기 어디로 가나…‘혼조 양상’ 지속

한편 현재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0으로 전월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미래 경기 방향을 예고하는 선행지수는 102.2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생산과 투자 지표만 본다면 위기감이 들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이는 일시적인 수치상의 변화이며, 실제 경제 체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심의관은 “생산과 투자는 전반적으로 연휴와 기저효과로 흔들렸지만, 소비는 정책 효과와 계절 요인이 맞물리며 반등했다”며 “전체적으로는 월별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