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보다 가성비 좋네”…업계 판도 뒤흔든 한국 기업

美 장비 독점하던 FLNG 시장
삼성, ‘가성비 장비’로 균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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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의 FLNG 시장 공략 / 출처 : 삼성중공업 제공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변방’이던 한국산 액화 장비가 조용히 판도를 흔들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액화천연가스(LNG) 액화 장비가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의 주목을 받으며 첫 해외 수출 논의에 들어갔다.

‘센스포(SENSE IV)’라는 이름의 이 장비는 FLNG(부유식 LNG 생산설비)의 심장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이 핵심 장비는 미국 하니웰 등 외산 제품이 독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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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의 FLNG 시장 공략 / 출처 : 연합뉴스

삼성중공업이 시장을 뒤흔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FLNG 기술 국산화라는 오랜 숙원사업에 대한 끈질긴 투자, 그리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등장과 중국 경쟁사의 제재라는 외부 환경 변화가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과 자사 액화 장비 ‘센스포’의 FLNG 적용을 두고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그동안 삼성은 FLNG를 건조할 때 고객 요청에 따라 미국 하니웰 장비를 써왔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삼성의 장비가 더 나은 ‘가성비’를 제공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쟁사 제재, 삼성에 날아든 ‘의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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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의 FLNG 시장 공략 / 출처 : 뉴스1

삼성중공업의 호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FLNG 분야에서 유일한 경쟁자였던 중국 위슨조선소가 최근 미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러시아 북극 LNG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미 재무부가 강도 높은 금융 제재를 가했고, 이로 인해 위슨의 글로벌 수주길은 사실상 막혔다.

삼성중공업은 단순히 센스포 하나에 그치지 않고 있다.

연료 공급 시스템(에스퓨가스), 재기화 장비(에스리가스), 하역 시스템(리퀴드 이젝터) 등 LNG 운반 및 하역에 필요한 주요 기자재들도 독자 기술로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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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의 FLNG 시장 공략 / 출처 : 연합뉴스

여기에 센스포 장비의 부품까지 국산화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FLNG 시장은 단순 수주만으로도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한 기당 가격이 약 20억 달러에 달하고, 이익률은 10% 안팎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FLNG 수주 목표 98억 달러 중 40억 달러를 FLNG로 채울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앞으로도 연 1~2기의 FLNG를 꾸준히 수주하는 것이 목표”라며 “글로벌 LNG 수요가 커지는 만큼 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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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의 FLNG 시장 공략 / 출처 : 연합뉴스

수십 년간 외국산 기자재에 의존했던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국산 기술’이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행보는 단순한 장비 납품을 넘어, 조선업 전체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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