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 또 치솟아 서민 부담 커져
구내식당마저 인상에 직장인들 한숨
가성비 간편식과 저가 커피가 대안

매일 아침 도시락을 준비할 여유도, 비싼 식당에 갈 여유도 없는 최 모 씨(32)는 회사 구내식당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나마 7천 원대로 한 끼 해결했는데, 지난달부터 8천 원이 넘더라고요. 점심값만 한 달에 2만 원 더 나가요.” 그의 한숨 같은 이야기는 이제 많은 직장인이 공감하는 현실이 됐다.
인근 식당은 이미 만원을 훌쩍 넘겼고, 편의점 식사도 5천 원을 웃돈다. 고물가 시대, 직장인들의 점심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외식 물가 고공행진… 서민 음식일수록 더 큰 가격 상승

14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이 발표한 자료는 외식 물가의 심각한 상승세를 보여준다.
서울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지난달 3,623원으로 전월보다 23원(0.6%)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7.8%나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김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삼겹살(200g)은 2만 447원으로 171원(0.8%), 삼계탕은 1만 7,500원으로 154원(0.9%) 각각 올랐다.
비빔밥과 칼국수도 각각 0.3%, 1.6% 상승하는 등 대표 외식 메뉴 8개 중 5개 가격이 한 달 새 뛰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서민들이 많이 찾는 음식일수록 가격 상승폭이 컸다는 사실이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김밥은 7.8%, 비빔밥은 6.1%, 칼국수와 자장면은 5.0%, 김치찌개 백반은 4.7% 순으로 각각 상승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1.01로 전년 대비 3.1% 상승했으며, 이는 3년 연속 3% 이상 오른 수치다.
가성비 식사 대안으로… 구내식당·간편식 인기

이처럼 외식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점심 한 끼 비용이 1만 원을 넘는 ‘런치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구내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외부 식당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내식당 외에도 가격 대비 ‘갓성비’가 뛰어난 간편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랜드리테일이 지난해 3월 출시한 즉석조리식품 브랜드 ‘델리 바이 애슐리’가 대표적이다.
3,990원이라는 파격가로 출시된 이 제품은 10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 개를 돌파하며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저가 커피 시장도 고물가 시대의 수혜자로 떠올랐다. 1,000~3,000원대의 합리적 가격을 앞세운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광화문 직장인 A 씨는 “점심값도 부담스러운데 커피까지 비싸면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고 토로했다.
가성비 대안마저도 비상… “이제 뭘 먹어야 하나”
소비자들이 찾아낸 가성비 대안들이 인기를 얻는 사이, 안타깝게도 이러한 대안마저 가격 상승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드러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구내식당 물가는 지난해 전년 대비 6.9% 올라 200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4% 이상의 가격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편의점 식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시락 가격은 전년 대비 5.9% 상승해 주요 외식 메뉴 중 상승폭이 가장 컸으며, 삼각김밥도 3.7% 올랐다.
또한 떡볶이(5.8%), 햄버거(5.4%) 등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이 일제히 5%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저가형 커피 브랜드들도 올 초부터 줄줄이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며, 2,000원대 커피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로 인한 원자재 비용 증가와 인건비, 물류비 상승이 계속되는 한 식품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고환율 장기화로 수입 식재료 가격 상승 가능성도 커져 가성비 식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갖 물가는 치솟아도 소득은 제자리걸음인 현실에서, 많은 직장인들에게 ‘밥심’으로 버텨왔던 점심 한 끼마저 사치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