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사상 최악’… “너무 잔인하다” 李 대통령마저 나서자 국민들 ‘시선 집중’

끝나지 않는 부채의 굴레
사상 최악의 연체율 기록
정부의 파격 제안, 논란 예고

“망한 자리에 누가 들어가 또 망하는 개미지옥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밝힌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이 암울한 진단 뒤에는 1070조 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영업자 부채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있다.

정부가 ‘신속한 채무 탕감’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위기의 뇌관을 제거할 구원투수가 될지,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에 직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070조 부채 시한폭탄, ‘취약 고리’부터 터진다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이 짊어진 빚의 무게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69조 6천억 원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불과 3개월 만에 2조 원이 더 늘어난 수치다.

특히 상황이 어려운 계층일수록 빚의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팔랐다. 소득 하위 30%에 해당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대출은 2분기에만 3조 8천억 원이 늘어난 141조 3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연체율 역시 2.07%로 치솟으며 약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통해 이들 취약 차주의 부실이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지난 5년간 가계대출이 15% 늘어나는 동안 자영업자 대출은 55% 넘게 폭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이 고스란히 개인의 빚으로 전가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대통령의 파격 제안, 구원될까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행사에서 “한 번 빚을 지면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현재의 시스템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처럼 신속한 탕감과 정리를 통해 재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 금융 시스템이 신용이 낮은 서민에게 “너무 잔인하다”고 비판하며, 국가로부터 보호받는 금융권이 이익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비용을 국가가 감당했어야 한다는 점을 국민이 이해해준다면 부채 청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론의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비쿠폰 지급 등 내수 활성화 대책과 함께 자영업자 부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