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인정받는 K-방산
국내 방산 분기 매출 8조 원 돌파
전문가들 “자체 경쟁력 강화해야”

지금까지 K-방산이 거둔 성과가 단기적 특수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1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국 방위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방산 공급망 재편으로 이러한 호황이 단기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하는 K-방산, 반짝 특수일까
국내 방위산업은 최근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방산업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방산 4사의 올해 1분기 매출 합계는 8조 2612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기록을 불과 3개월 만에 경신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85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에 캐나다 매체 CBC는 “기동력을 갖춘 무기가 현대 군에 필수”라며 한국 방산 기술력을 호평했다.
현재 방산 4사의 수주 잔고는 95조 원에 육박해 향후 3~5년간의 안정적인 매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미국·유럽의 방산 재편과 위기 요인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K-방산이지만, 산업연구원은 이러한 성과가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방위청(EDA)이 주도하는 대규모 공동조달 및 역내 방산 협력이 현실화되면 유럽의 방산 공급망 회복이 가속화되어 2030년경에는 한국 방산기업들의 반사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 정세와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안보협력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유럽과 캐나다 등 전통적 동맹국들은 대미 안보 의존도를 낮추고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실제로 유럽은 8천억 유로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고, 캐나다는 미국산 F-35 전투기 구매를 재검토하는 등 자국 방위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 심순형 부연구위원은 “방위비 분담에서 추가적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분담금 집행방식 변경이나 방산 협력 등을 내세워 비용인상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방산의 미래 전략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방산기업들은 다양한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연합하여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에 도전 중이며, 현대로템은 페루에 K2 전차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KAI는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첫 수출을 위해 사우디, UAE, 필리핀 등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연구원은 K-방산의 매출액이 2023년 기준 23조 8천억 원으로 전체 제조업의 약 1.0%에 불과하고, 수출 금액은 제조업 전체의 0.62%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한국 방위산업의 질적 성장과 수출 고도화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방산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등 방산 협력 확대를 위한 제도적 절차를 완료하고 미국의 취약한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 의제를 선점함으로써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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