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4조 돈뭉치 굴리더니 “국민연금이 해냈다”…어려운 시국에 퍼진 ‘웃음꽃’

1분기 주식 평가액 8조 원 넘게 상승
방산·조선·반도체주 투자로 큰 수익
성과급 제도 개선으로 인재유출 막아

“위험한 시기에 국민 노후자금이 더 많이 불어난다니, 이런 기쁜 소식이 어디 있나요?”

1224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최근 방산·조선·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두면서 국민들에게 희소식을 전했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민연금은 오히려 자산을 불려 나가며 노후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대량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지난 4일 현재 274개사로, 주식 평가액은 136조 7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2월 30일 기준 127조 8천418억 원과 비교하면 8조 2천337억 원이 증가한 수치다.

방산·조선주 투자로 수익 대박

이러한 평가액 증가의 주역은 방산과 조선 업종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평가액은 1조 2천941억 원이나 늘었고, 현대로템과 한국항공우주의 평가액도 각각 4천333억 원, 1천822억 원씩 증가했다.

조선주도 큰 성과를 보여 한화오션은 5천687억 원, 삼성중공업은 1천631억 원의 평가액 상승을 기록했다.

조선업계도 호황을 맞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양승윤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중국 조선소를 견제하는 상황에서 상선 발주가 한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산업 동향을 미리 파악한 국민연금의 투자가 결실을 맺은 셈이다.

반도체 업종 역시 선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평가액은 각각 1조 3천300억 원, 4천439억 원이나 증가했다.

반면 삼성SDI(-3천74억 원), 현대차(-3천24억 원), 기아(-2천906억 원), LG에너지솔루션(-2천725억 원)의 평가액은 감소했다.

1224조 원 자산의 효율적 운용

2025년 1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금액은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로 평가받는 1,224.3조 원에 이른다.

이는 연금보험료 864.2조 원과 운용수익금 748.1조 원을 합쳐 총 1,612.2조 원을 조성하고, 연금급여 375.3조 원과 관리운영비 등 12.7조 원을 지출한 나머지 금액이다.

국민연금은 이 자금을 국내주식(149.3조 원, 12.2%), 해외주식(438.8조 원, 35.8%), 국내채권(343.9조 원, 28.1%), 해외채권(86.0조 원, 7.0%), 대체투자(203.5조 원, 16.6%) 등으로 나눠 운용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정성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이다.

올해 1분기에는 HMM, 포스코DX, 두산로보틱스, 호텔신라, 대주전자재료, 코스모신소재,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을 5% 이상 대량 지분 보유 종목으로 새롭게 편입했다.

반면 신세계푸드, 한솔제지, 씨앤씨인터내셔널, 진에어, 명신산업, 삼양홀딩스 등의 지분율은 5% 미만으로 낮췄다.

우수 운용인력 확보로 수익률 높인다

국민연금은 우수한 기금 운용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전문인력 처우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 3월 20일 열린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운용전문인력 및 본부장급의 성과급 산정 기준을 기존 ‘기본급 총합’에서 ‘기본급 총합의 1.5배’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번 성과급 기준 개정으로 운용역 직원의 연간 임금총액은 10~15% 상승할 전망이다.

특히 최고 수준 운용역들의 연봉은 기존 2억 원 후반대에서 3억 원대 초반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원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CIO)를 비롯한 상임이사들의 2023년 기준 평균 연봉은 2억 5856만 원으로, 이 중 성과급은 평균 8520만 원이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15.00%라는 역대급 수익률을 달성했다. 기금운용에 따른 수익금은 159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급여 지급액(44조 원)의 3배가 넘는 규모였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2017년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이후 핵심 운용역들의 이탈이 계속되었고, 시장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처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업계 관계자는 “1224조 원이라는 초대형 기금을 운용하는 전문가들의 역량에 따라 국민 노후자금의 안정성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적절한 보상체계 확립은 국민연금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