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어떡해”… 하루에 ‘690억’씩 뜯어가는 무서운 실체, 부모들 ‘맙소사’

“월 500만원 보장”
달콤한 유혹의 덫…
‘현대판 노예’가 된 청년들

“범인을 잡아도 소용없습니다. 돈은 이미 다 사라졌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한 해외 취업 사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지만, 현지에 도착하는 순간 여권을 빼앗기고 감금당한 채 범죄 행위를 강요받는 신세로 전락한다.

이러한 신종 범죄, 이른바 ‘스캠(Scam)’으로 인한 피해액이 지난 5년간 무려 12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690억 원이 범죄 조직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과거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이 주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의 스캠은 훨씬 더 교묘하고 조직적으로 진화했다.

소셜미디어(SNS)나 데이팅 앱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로맨스부터 투자까지…진화하는 사기 수법

특히 피해가 큰 유형 중 하나는 ‘로맨스 스캠’이다. 사기범들은 SNS 등에서 자신을 재력가나 전문직으로 속여 접근한 뒤, 장기간에 걸쳐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피해자가 감정적으로 의존하게 된 시점에 “사업상 급전이 필요하다”, “한국에 들어가려는데 세관에 걸렸다”는 등의 거짓말로 돈을 요구한다.

피해자들은 이미 형성된 신뢰 관계 때문에 의심 없이 거액을 송금하게 된다.

이러한 범죄 조직들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을 피해 최근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거점을 옮기는 추세다.

특히 캄보디아는 2019년 온라인 도박을 전면 금지하면서, 관련 업계에 종사하던 인력과 기술이 대거 스캠 산업으로 유입되는 배경이 됐다.

더딘 수사와 국제 공조의 한계

이러한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현지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와 부패 문제다. 또한, 범죄 조직들은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등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과 캄보디아 경찰의 공조로 현지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피의자 64명이 국내로 송환되는 성과가 있었지만, 이는 거대한 범죄 네트워크의 일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들 조직이 캄보디아에서 단속을 피하면 곧바로 미얀마나 라오스 등 인근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얀마 일부 지역처럼 중앙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곳은 범죄의 온상이 되기 쉽다.

경찰 관계자는 “지나치게 좋은 조건의 해외 취업 제안은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며, “가족이나 지인이 갑자기 해외에서 금전을 요구할 경우, 반드시 영상 통화 등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