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문 좁아진 청년들 발만 동동
비자발적 실직자 3년 만에 증가세
자영업자 비중 역대 최저치 기록

“이력서만 100장 넘게 썼는데 연락 한번 없어요.” 취업난에 지친 김 모 씨(27)의 한숨 소리가 무겁다.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년들의 절망감은 깊어지고, 기업들은 채용 문을 더욱 좁히고 있다. 한편에선 3년 만에 비자발적 실직자가 증가하고, 자영업자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용 불안은 청년층을 넘어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30~40대 자영업자는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 자영업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고령층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재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시장 냉각은 청년과 중장년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비자발적 실직 증가와 취업 대기자 확대라는 이중 부담을 낳고 있다. 채용 한파 속에서 자영업은 점점 ‘최후의 선택지’로 자리잡고 있다.

취업의 문, 더 좁아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8일 발표한 ‘최근 고용 흐름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는 고용시장의 한파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4분기 신규 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2.2만 명 감소했으며, 이는 7분기 연속 하락세다.
구인배수(구직자 대비 일자리 수)는 2021년 1월 0.31에서 올해 1월 0.28로 급락하며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구직자 100명당 채용 가능한 일자리가 28개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경총은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미국발 관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채용 여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들의 신규 채용 축소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내수 침체와 수출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 인사담당자는 “비용 절감 압박이 커지면서 신규 채용보다는 필수 인력 유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꿈을 접는 청년들

이러한 고용 한파는 청년들의 미래 계획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취업 문이 좁아지자 대학 졸업을 미루거나 취업을 포기하는 ‘쉬는 청년’이 크게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신규 대졸자 19만 5천 명 중 취업자는 7만 7천 명으로 39.5%에 그쳤다.
더 충격적인 것은 실업자(3만 6천 명)보다 취업 준비자(4만 9천 명)가 더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미취업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청년들의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청년들이 구직 활동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주된 이유는 ‘자격증 및 시험 준비'(19.6%)였다.
이어서 ‘일자리 부족'(17.3%), ‘휴식'(16.5%), ‘과도한 자격요건'(13.8%), ‘계속된 실패로 인한 구직 중단'(9.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들은 기업들이 소위 ‘중고 신입’으로 불리는 경력직을 우대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자격을 요구하는 채용 관행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구직 활동의 주요 난관으로는 ‘일자리 부족'(30.0%), ‘경력 위주 채용'(20.4%), ‘과도한 자격요건'(19.6%)을 꼽았다. 이처럼 취업 시장의 현실적 장벽이 높아질수록 청년들의 좌절감도 깊어지고 있다.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자영업
취업난을 피해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있지만, 자영업 시장 역시 암울한 상황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19.8%로 떨어졌다.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자영업자 비중이 2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령별로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한 세대 간 격차가 드러난다. 30대와 40대 자영업자가 각각 3만 5천 명, 1만 2천 명씩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 자영업자는 2만 3천 명 증가했다.

경총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경기침체로 폐업한 30~40대 자영업자들이 많아진 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양질의 일자리에 재취업하기 힘든 고령자가 자영업에 지속적으로 유입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용시장의 악화는 비자발적 실직자 증가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비자발적 실직자는 총 137만 3천 명으로 전년 대비 10만 7천 명(8.4%)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또한 취업 대신 파트타임을 택하는 청년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주 15시간 미만 임금 근로자는 140만 6천 명으로, 이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러한 고용시장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경총 김선애 고용정책팀장은 “위축된 고용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채용을 옥죄는 노동시장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직이나 폐업으로 어려움에 처한 인력들이 노동시장으로 빠르게 재진입할 수 있도록 고용서비스 및 직업훈련 체계를 개선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용 한파의 출구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정책적 지원과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3d 가서 일주일 하고 튀어 나오느니.. 그냥 스펙 올리기 하는게 더 이익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