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시대 끝나고 불어난 이자
영끌족들 한계 상황 내몰려
서울 주담대 연체율 역대 최고치

“매달 35만 원씩 이자가 더 나가는데, 더는 버틸 수가 없어요.” 서울 외곽에 아파트를 구입한 김 모 씨(38)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020년 연 2%대 고정금리로 2억 원을 대출받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그는 올해 변동금리 전환으로 연간 400만 원의 추가 이자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김 씨는 결국 집을 매각하기로 결심했지만,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체율 0.35%로 역대 최고치… ‘영끌족’ 위기 신호탄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경제통계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5%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12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21년 12월 0.09%에 불과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2월 0.33%까지 올랐다.
특히 작년 12월 0.31%에서 올해 1월 0.34%, 2월 0.35%로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영끌족’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저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최근 고정금리 약정 기간이 만료되면서 금리가 크게 상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저금리 시대에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한 많은 이들이 현재 직면한 고금리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변동금리 전환 ‘폭탄’…올해 50조 원 대출 직격탄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약 50조 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이 변동금리로 전환될 예정이다.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 내외로, 2020년 2%대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이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2020년에는 차주의 소득을 고려해 대출을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 소득을 초과해 ‘영끌’한 이들이 추가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한계에 몰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지역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157.9로, 서울 지역 차주들이 소득의 40.6%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 보유에 따른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다.

임의경매 28% 급증…매수 심리 얼어붙어
이처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면서 담보대출 연체와 함께 임의경매로 내몰리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은 총 1만 856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 급증했다.
서울 지역 부동산 중 임의경매에 따른 매각 소유권 이전 등기가 신청된 건수도 979건으로,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임의경매는 부동산 담보 대출 차주가 원리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금융기관 신청으로 재판 없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연체율 상승과 임의경매 급증은 결국 같은 문제의 두 가지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최근 임의경매 증가세는 은행이 근저당권을 실행해 경매를 신청한 경우가 많다”며 “고금리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통상 금리가 낮으면 임의경매는 줄고, 반대로 금리가 높으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부동산 매수 심리가 얼어붙어 있다는 점이다.
집을 팔아 대출을 상환하려 해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기 수요가 많은 서울은 그나마 낫지만,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은 영끌족의 퇴로가 사실상 막힌 상황”이라며 “경매로 나오는 주택이 계속 늘어나면 소비 위축 등 내수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 시장의 이러한 위기 신호는 개인의 재정 문제를 넘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 우려되는 상황으로, 금융당국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지금이 무정부시대, 은행들은 서민들 피 빨아먹는 거머리에서 이제는 흡혈귀가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