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주 폭락에 8000억 매수
메타·엔비디아 집중 공략
가상자산주는 외면당해

AI 거품론이 불거지며 기술주가 크게 흔들렸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되레 ‘지금이 저점’이라며 뭉칫돈을 들고 미국 빅테크 주식으로 향했다.
엔비디아, 메타, 팰런티어 등 주요 AI 관련 종목의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틈을 타, 서학개미들이 공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한 것이다.
이달 들어 단 10일 만에 이들 종목에 유입된 금액은 수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한때 “AI는 끝났다”는 비관론이 퍼졌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그 말이 반갑다는 듯 손을 뻗었다.
서학개미, AI ‘조정장’에 베팅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1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종목 10개 가운데 6개가 AI 빅테크 관련 주식이었다.
1위는 메타로, 5억5988만 달러(약 817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세계 시총 1위인 엔비디아도 5억4309만 달러가 유입되며 그 뒤를 이었다.
또한 팰런티어, 알파벳에도 각각 2억2318만 달러, 1억1571만 달러가 몰렸다. 특히 AI 섹터의 주가 흐름을 2~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이 집중됐다.

메타 주가를 두 배로 따라가는 ‘디렉시온 데일리 메타 불 2X 셰어즈’(METU)에는 2억7079만 달러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셰어즈’(SOXL)에는 2억129만 달러가 순유입되며 각각 3위, 5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는 AI 주가 하락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전에도 기술주는 유사한 하락을 겪었지만 결국 좋은 실적과 성장성 덕에 회복했다”며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반복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등 기대 없는 가상자산은 외면

반면, 가상자산 관련주로의 관심은 크게 줄었다. 이달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가상자산 관련주는 아이렌(9위) 하나뿐이다.
지난달만 해도 아이렌(3위), 티렉스 2X 비트마인(4위), 비트마인(6위) 등 다수가 포함돼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확 식었다”며 “코인 가격이 크게 조정되자 관련 종목보다는 실제 코인을 직접 매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투자자도 많다”고 말했다.
ETF 수익률 부진에도 포트폴리오 유지

한편 AI와 가상자산 종목을 대거 담은 국내 상장 ETF도 고전 중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KODEX 미국서학개미’와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는 최근 1주일간 각각 8.74%, 5.11%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이나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가 1% 안팎의 낙폭을 보인 것과 비교된다. 이 ETF들은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한 종목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KODEX 미국서학개미는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각각 20% 비중으로 담았고, 팰런티어, 애플, 구글 등도 7~8%대로 편입했다.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역시 엔비디아·팰런티어·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주의 비중이 15~22%에 달한다. 여기에 서클,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관련주도 포함돼 있다.
결과적으로, AI와 코인에 올인한 ETF 수익률은 시장보다 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당장의 수익률보다 장기적인 반등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