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쌓인 미분양 아파트? “이대론 못 사요”…심상치 않은 부동산 상황

악성 미분양 18,000 가구 돌파
강화된 대출 규제로 매수심리 위축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아예 거래가 실종됐어요.” 20년 경력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반면 서울의 한 30대 무주택자는 “대출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집값이 떨어져도 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라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악성 미분양’, 4년 만에 최대치 기록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 물량이 1만 8천 가구를 돌파하며 4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만 8,307 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인천의 경우 한 달 만에 악성 미분양이 555 가구에서 1,547 가구로 2.8배나 급증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 신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000 가구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전월 대비 19.2% 감소한 최저치를 찍었다.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강화된 대출 규제가 지목되며 지난 8월부터 본격화된 대출 규제와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이 매수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이다.

주택 거래량, 수도권 줄어들고 지방 늘어난다?

수도권 주택 거래량이 2만 5,011건으로 3.2% 감소한 반면, 지방 거래량은 3만 1,568 가구로 오히려 24.1% 증가하며 수도권과 지방의 뚜렷한 온도차를 보여준다.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등의 대출 규제를 덜 받는 지방이 상대적으로 활기를 띤 것이다.

전월세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는데, 10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21만 1,218건으로 전월 대비 11.1%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57.3%로 전년 동기 대비 2.4%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이다.

전세대출, 가계부채 차지 비중 ‘급증’

이런 가운데 올해 1~10월 주택 인허가 실적은 24만 4,777 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9.1% 감소하며 주택 공급 시장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착공 실적은 21만 8,177가구로 34.0% 증가한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높은 금리와 대출 규제,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 그리고 인구 감소로 인한 수요 위축이 겹친 것이다.

특히 악성 미분양의 증가는 건설업계에 직격탄인데, 미분양이 장기화될 경우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화될 수 있고, 이는 하청업체 대금 정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전세대출의 구조적 문제도 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로 2023년 6월 기준 은행권 전세대출 규모는 162조 원으로, 2018년의 72조 원에서 크게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5%에서 2023년 15%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는 필요하지만,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마저 막아서는 안 된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정책의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