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커피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지다
메가MGC커피, 10년 만에 첫 가격인상 단행
한국인 연간 커피 소비 405잔, 생활필수품 된 커피
“이제 커피 한 잔의 위안마저 사치가 될 판입니다.” 직장인 김 모 씨(35)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많은 커피 애호가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서민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던 저가 커피 체인마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하루에도 몇 잔씩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들의 가계부에 비상이 걸렸다.
3월 31일 메가MGC커피는 다음 달 21일부터 아메리카노를 포함한 주요 제품 가격을 200~300원 인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표 메뉴인 아메리카노(핫) 가격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오르게 된다. 회사 측은 브랜드 출범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의 이중고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생두 가격이 작년에 비해 두 배나 치솟은 데다, 환율마저 급등하면서 더 이상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이번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번 조정으로 할메가커피는 200원 오른 2,100원, 할메가미숫커피는 2,900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대용량 메뉴인 메가리카노와 왕할메가커피도 300원씩 오르며, 에스프레소 샷 추가 비용도 100원 인상된다. 다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현재 가격인 2,000원을 유지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메가MGC커피는 “이번 가격 조정을 통해 본사는 상승한 원가 중 일부만 반영하고, 가맹점주들의 수익성 확보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가 커피 체인의 줄줄이 가격 인상
메가MGC커피만 가격을 올린 것은 아니다. 저가 커피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컴포즈커피는 이미 지난달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했다.
더벤티도 3월 초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1,8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렸다.
고급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 폴바셋, 투썸플레이스 등은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브랜드들도 곧 이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써 커피 가격 인상은 전 시장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커피,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변모한 한국 사회
이런 가격 인상이 특히 우려되는 이유는 커피가 이미 한국인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전 세계 평균 소비량(152잔)의 2.7배에 달한다. 미국인의 소비량(318잔)보다도 약 80잔 이상 많은 수치다.
2018년만 해도 363잔이었던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은 연평균 2.8%씩 꾸준히 증가해 현재에 이르렀다.
2022년 기준으로 국내 음료 시장에서 커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30.8%로, 탄산음료(25.5%)를 앞지르며 1위를 차지했다.
커피 소비가 급증한 배경에는 바쁜 직장 문화와 카페의 높은 접근성이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업무 집중력 향상과 피로 해소를 위해 하루에도 여러 잔의 커피를 소비하고 있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일과 삶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루 두 잔은 기본이고, 회의가 많은 날엔 세 잔도 마십니다. 저가 커피 체인이라도 모두 가격을 올리면 월 커피 지출이 만만치 않게 되네요.”
직장인 박 모 씨(29)는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생활비는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커피 가격 인상이 실질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토로했다.
식품업계 전문가는 “커피는 이제 한국인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며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1,500원대 커피가 서민들의 소소한 위안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가격 인상은 단순한 비용 증가 이상의 심리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급등하는 물가 속에 저가 커피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지면서, 많은 직장인들은 커피 소비 패턴을 재고하거나 사무실 내 인스턴트 커피로 회귀하는 등의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필수품이 된 커피 한 잔의 가격이 오르는 현실은 서민들의 가계부에 또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빽다방 남았나.
cu는 990원으로 가격이 내렸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