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집값 더 오르면 팔자”… 부르는 게 값이더니 한 달 만에 ‘결국’

불과 한 달 만에 재지정된 토허제
전세 끼고 집 사는 갭투자 제한
금융권 자율관리 강화 방침

서울 강남권 집값이 다시 요동치자 정부가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일부 해제 후 불과 한 달 만에 오히려 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규제를 부활시키는 초강수를 둔 모양새다.

토허제 재지정에 강남 아파트값 급등세 제동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19일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 내 전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잠실·삼성·대치·청담 토허제를 해제한 지 불과 34일 만의 결정이다.

이러한 급격한 정책 전환의 배경에는 최근 강남권 집값의 가파른 상승이 있다. 13일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3월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 상승해 2월 둘째 주(0.02%)보다 10배나 급등했다.

특히 송파구는 0.72%로 7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강남구(0.69%)와 서초구(0.62%)도 2018년 이후 최고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 조치로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약 2200개 단지가 규제 대상이 된다.

특정 구역이나 동이 아닌 자치구 전체를 한 번에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당국이 집값 급등세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와 금융권의 대출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시장 과열을 부추겼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상황에 오세훈 시장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집값 하락·거래 감소 예상되나 풍선효과 우려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해당 지역 집값과 거래량이 일부 하락할 것이라 전망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규제 강도가 강해 매매값 하락과 거래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투기 목적의 거래나 전세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포·한남동의 초고가 아파트는 이번 조치의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실거주 목적의 거래가 많고 소유자의 부채비율이 낮아 급매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규제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주택 구매 수요가 영등포·마포·광진구 등 토허제에 묶이지 않은 한강변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출 규제·시장 감시 강화로 촘촘한 관리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토허제 재지정과 함께 금융·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서울·수도권 주택가격 급등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점검을 강화하고,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와 갭투자 관련 전세대출을 제한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자금대출 보증 책임비율 하향 시기도 당초 7월에서 5월로 앞당겼다.

이와 더불어 시장 감시도 강화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합동점검반을 운영해 이상거래와 집값 담합을 모니터링하고, 편법대출과 허위신고 등에 대한 집중 조사를 진행한다. 자금출처 수시 조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국민들이 주거 안정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도 “비정상적인 시장 흐름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민간 차원의 주택 공급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