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코스피가 85% 급등하며 8,000선을 바라보는 가운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유례없는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순자산 1조원 이상 ETF 종목이 불과 4개월여 만에 29개 늘어나는 등 자금 유입이 폭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6년 5월 11일 종가 기준, 순자산 1조원 이상 ETF는 96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7개에서 43.3% 증가한 수치로, 전체 ETF 1,099개 가운데 8.7%를 차지한다.
전체 ETF 시장 순자산 역시 같은 기간 297조원에서 468조원으로 171조원(57.6%) 불어났다. 시장이 10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성장하는 데 약 2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성장 속도는 가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주식형 ETF, 해외주식형 압도하다
순자산 1조원 이상 ETF 96개 가운데 국내주식형이 43개(44.7%)로 가장 많다. 지난해 말 23개에서 무려 20개가 새로 합류했다. 반면 해외주식형은 같은 기간 19개에서 22개로 3개 증가에 그쳐, 두 유형 간 격차가 4개에서 21개로 벌어졌다.
이 같은 쏠림은 국내외 지수 수익률 격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미국 S&P500 지수는 8.2%, 나스닥은 13%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코스피는 같은 기간 85%나 치솟았다. 글로벌 주요 지수 대비 10배 안팎의 초과 수익률이 국내주식형 ETF로 자금을 빨아들이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왕좌 바뀐 ETF 시장…KODEX200, S&P500 추종 ETF 제쳤다
시장의 지각 변동은 대형 종목 순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이 12조 7,013억원으로 ETF 순자산 1위를 지켰다. 그러나 현재는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ODEX200이 25조 8,698억원으로 순자산을 두 배 이상 불리며 왕좌를 차지했다.
10조원 이상 초대형 ETF도 지난해 말 2개에서 5개로 늘었다. TIGER 반도체TOP10(12조 9,047억원)과 TIGER200(10조 5,004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10조 26억원)이 새롭게 10조원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급성장 속 레버리지 쏠림 ‘경고등’
시장의 폭발적 성장 이면에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배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거래량이 전체 ETF 거래량의 89.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 거래대금은 17조 2,000억원으로 1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고수익을 겨냥한 단기 자금이 고위험 상품에 집중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단기 급등한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예상보다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ETF 시장의 외형적 성장이 건전한 장기 투자보다 단기 차익 추구 성격의 자금에 의해 주도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