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단 11개월 만에 4천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10년 치 증가분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치가 1년도 채 안 돼 쌓인 셈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 전체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정부 취임 직전일인 2025년 6월 2일 기준 2천597조4천904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올해 5월 11일 기준 7천88조3천44억원으로 집계됐다. 11개월 만에 4천490조8천140억원(172.9%) 급증한 수치다.
이는 2015년 말부터 이재명 정부 출범 전까지 10년간 국내 증시 시총 증가액(1천149조800억원)의 3.9배에 달하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압축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폭발을 꼽는다.
삼성·SK하이닉스, 증가분 절반 이상 독식
시총 증가를 주도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삼성전자 시총은 1천332조8천771억원, SK하이닉스는 1천188조8천200억원 각각 늘었다. 두 종목의 합산 증가액은 2천521조6천971억원으로, 전체 시총 증가분의 56.2%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전체 시총 비중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 12.9%에서 현재 23.5%로 두 배 가까이 올랐으며, SK하이닉스 역시 18.9%로 급등했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2026년 코스피 전체 이익의 60%가 반도체 섹터에서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SK그룹, 재계 시총 2위로 도약
그룹 단위로 보면 삼성·SK 두 그룹이 전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구도다. 삼성·SK 그룹의 시총 비중은 출범 직전 31.0%에서 11개월 만에 54.8%로 23.8%포인트 뛰었다.
특히 SK그룹은 상장 계열사 수가 21개에서 19개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총이 227조원에서 1천616조원으로 611.7% 폭증하며 현대자동차·LG그룹을 제치고 재계 시총 2위로 올라섰다. SK그룹 전체 증가분의 85.5%는 SK하이닉스 한 종목이 담당했다.
이 밖에도 효성(389.2%), 미래에셋(381.9%), LS(352.9%), 삼성(291.0%), 두산(201.4%), 현대자동차(142.2%) 등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시총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저평가 해소” vs “쏠림 심화” 엇갈린 시각
급등장을 바라보는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현 시장이 거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7.18 수준으로 지수 상승에 비해 이익 전망치가 더 빠르게 오르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구조적 쏠림을 우려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 내 상승 종목(205개)보다 하락 종목(659개)이 압도적으로 많아 ‘광범위한 상승’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투자자 동반 성장 구조를 정착시켜야 시장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