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최대 5만 명 규모의 총파업을 약 8일 앞두고 정부 중재마저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노동조합이 5월 13일 새벽 사후조정 결렬을 전격 선언하면서,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이 현실화될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12일 이틀 동안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중재로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총 17시간에 걸친 밤샘 협상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이날 새벽 2시 50분 “성과급 상한 폐지와 투명화·제도화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며 조정 중단을 선언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3월 1차 중노위 조정에서도 합의에 실패한 데 이어 두 번의 공식 절차가 모두 무산된 것으로, 양측의 입장 차가 얼마나 깊은지를 드러낸다.
핵심 쟁점, ‘성과급 상한 50%’ 폐지 여부
이번 교섭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상한선이다. 현행 삼성전자 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는 성과급 상한을 연봉의 50%로 제한하고 있다. 노조는 이 상한선의 완전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보하고 지급 기준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경영 실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유연한 제도화’를 고수하며 상한 폐지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노조는 경영 실적에 따른 회사 측의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며 경직된 제도화만을 시종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중재도 무력화…삼성, 강한 유감 표명
삼성전자는 정부가 사후조정 과정에서 양측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노조가 이를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이런 결정은 회사는 물론 협상 타결을 기다리는 임직원, 주주와 국민들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는 행동”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중노위는 강제적인 파업 중단보다는 추가적인 사후조정 절차 활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파급효과와 주주가치 하락 우려를 주시하고 있다.
‘협상 문’ 완전히 닫히지는 않아…재개 여지 남겨
다만 양측 모두 협상의 여지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노조는 결렬을 선언하면서도 “회사가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온다면 들어볼 생각은 있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 역시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 전문가들은 파업 개시 전까지 남은 약 8일의 시간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 창구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5만명 규모의 18일 총파업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을 포함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