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의 위상을 자랑하는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심각한 예산 위기에 직면했다. 후속양산 비용이 불과 2년 만에 4조 원 넘게 불어나면서, 군이 공들여 세운 전력화 로드맵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지난 3월 KF-21 후속양산(80대) 총사업비를 18조4천422억원으로 산출했다. 2024년 8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국방중기계획을 의결할 당시 추산액 14조2천440억원과 비교하면 4조1천982억원, 약 29.5% 급증한 수치다.
이는 단순한 회계 조정이 아니다. KF-21 120대 완전 전력화를 2032년까지 마친다는 군의 핵심 계획이 예산 압박에 의해 최대 3년까지 밀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블록-Ⅰ도 이미 비용 초과…구조적 문제 드러나
후속양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양산이 진행 중인 KF-21 블록-Ⅰ(최초양산 40대) 역시 당초 계획보다 비용이 늘었다. 2024년 8월 추산 7조9천281억원이었던 최초양산비는 이후 조정을 거쳐 8조3천833억원으로 확정됐다. 4천552억원이 추가된 것으로, 환율과 물가 상승, 소요 구체화에 따른 현실 반영이 원인이었다.
비용 증가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방사청은 전쟁 여파에 따른 물가 상승, 환율 상승, 공급망 불안정에 더해 블록-Ⅱ에 탑재될 국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관련 추가 소요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방산 공급망이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수입 부품 의존도가 높은 항공기 사업 특성상 이 같은 비용 상승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더욱이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축소(당초 1조6천억원 → 약 600억원 수준)가 사업 재원 구조를 흔든 것도 비용 압박에 영향을 미쳤다.
전력화 지연, 노후기 공백으로 직결된다
예산 압박이 현실화되면서 방사청은 공군과 함께 전력화 일정 조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양산 40대의 전력화 완료 시점을 기존 2028년에서 2029년으로 1년 늦추고, 후속양산 80대는 2032년 목표를 2034~2035년으로 2~3년 미루는 방안이 거론된다.
문제는 KF-21이 단순한 신규 전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입된 지 50년이 넘는 F-4와 F-5를 대체하는 핵심 전력이기 때문에, 전력화가 지연될수록 노후 전투기 운용 기간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정비비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전력 공백이 수치로 증명되는 구조다.
KF-21은 마하 1.81(시속 2천200km)의 최대 속도와 2천900km의 항속거리, 7.7톤의 무장 탑재량을 갖춘 4.5세대 전투기다. 향후 스텔스 성능 추가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된 플랫폼으로, 장기적인 전략 가치는 분명하다.
총 60조 원 사업, 예산 전쟁은 이제부터
KF-21 사업의 전체 규모를 조망하면 예산 문제의 무게가 더욱 선명해진다. 2015년부터 시작된 체계개발에 8조8천142억원이 투입됐고, 여기에 120대 양산비용 약 26조8천억원, 향후 30년 운용유지비 약 26조원을 합하면 총 60조 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이다.
후속양산 최종 사업비는 기획예산처 협의를 거쳐 연내 확정될 예정이다. 18조4천422억원이 그대로 확정될지, 아니면 추가 조정이 이뤄질지가 변수다. 양산 1호기가 지난 4월 첫 비행에 성공하며 기술적 신뢰를 입증한 만큼, 이제 KF-21 사업의 진짜 승부처는 기술이 아닌 예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