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대응 목적으로 전격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가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최대 0.8%포인트(p)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중동전쟁 대응 태스크포스(TF) 긴급 현안자료’를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2%였다. 그러나 KDI는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이 수치가 2.6~3.0%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 개입이 없었다면 물가 상승 속도가 훨씬 빨랐을 수 있다는 의미다.
리터당 최대 916원 인하…유류세 효과의 ‘4배’
KDI는 최고가격제가 적용된 마지막 주인 3월 4주차를 기준으로 유류별 가격 인하 효과를 추산했다. 보통휘발유는 리터당 460원, 자동차용 경유는 916원, 실내등유는 552원 수준으로 가격이 억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달부터 본격 반영되는 유류세 인하의 소비자물가 영향은 -0.2%p로 추정됐다. 최고가격제의 물가 인하 효과가 유류세 인하 효과의 최대 4배에 달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유가 급등 국면에서 직접적 상한 설정 방식이 세금 인하보다 단기 가격 억제력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소비 위축은 아직 제한적…이동자 수는 ‘예의주시’
KDI는 중동전쟁이 현재까지 국내 소비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올해 1~3월 신용카드 이용금액 총액을 2023~202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전쟁 이후에도 과거보다 감소하지 않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다만 국내 전체 이동자 수는 소폭 줄어드는 흐름이 포착됐다. KDI는 “현재까지 감소세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으나, 향후 추세가 지속되는지는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저소득층 에너지 부담, 고소득층의 3배…’사각지대’ 경고
이번 분석에서 KDI는 고유가 충격이 계층별로 불균등하게 분배된다는 점을 명확히 짚었다. 가계동향조사(2022~2025년) 결과, 소득 1분위(하위 20%)의 경상소득 대비 에너지 지출 비중은 5분위(상위 20%)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소득이 낮을수록 유가 충격에 더 취약한 역진적 구조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직업군별로도 차이가 드러났다. 농업 종사 가구와 운수업 단순노무 가구(배달·화물기사 포함)는 임금근로자 가구보다 에너지 고부담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KDI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여부만으로 지원을 구분하면 한계가 있다며, 가구 특성에 맞는 차등 에너지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여름철 저소득층의 냉방비 급증에 대비해 폭염 특보 연동 긴급에너지 지원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