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치나 했더니 “오히려 기회 된다?”… 뜻밖의 소식에 K배터리 ‘들썩’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중국 배터리 견제
북미 시장서 한국 기업 반전 기회 포착
중국산 점유율 87% 시장 공백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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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세로 K배터리 기회 / 출처: 뉴스1

“중국 배터리가 빠지면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한국뿐입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 기대감이 돌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대중국 관세 정책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이 뜻밖의 기회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적자에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던 국내 배터리 3사에 반전의 실마리가 될지 업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배터리 공백, 한국 업체에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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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세로 K배터리 기회 / 출처: 연합뉴스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은 1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8회 차세대 배터리 콘퍼런스(NGBS 2025)’에서 “대중국 관세로 미국 ESS 시장의 중국산 배터리 공급이 막히면, 한국 업체들에겐 이것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수요는 78GWh로, 이 중 약 87%인 68GWh가 중국산 배터리였다.

현재 CATL, BYD, EVE 등 중국 기업들이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전망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대중 정책이 있다. 그는 지난 2일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후, 중국의 보복 관세에 맞서 84%까지 올렸다. 이어 다시 21%포인트를 추가 인상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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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세로 K배터리 기회 / 출처: 연합뉴스

오 부사장은 “중국산 배터리는 관세로 계속 가격이 오르게 되고, 한국 업체가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받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넥스트 반도체’ 꿈은 멀어지고 실적은 악화

이러한 기대감이 생긴 것은 그간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직면했던 심각한 위기 상황 때문이다.

한때 ‘넥스트 반도체’로 불리며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던 배터리 산업이 최근 큰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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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세로 K배터리 기회 / 출처: 연합뉴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이 국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6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 하락한 19.8%를 기록했다.

2021년 30.6%였던 점유율이 3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세계 시장 휘젓는 중국 배터리, 유럽까지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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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세로 K배터리 기회 / 출처: 연합뉴스

반면 세계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 3사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중국 CATL과 BYD의 점유율은 41%에서 53.9%로 급증했다.

여기에 더해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중국 CATL은 세계 4위 다국적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스페인에 41억 유로(약 6조 1683억 원)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유럽 시장까지 확장하며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 밀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나, 미국의 중국산 관세 부과로 인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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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세로 K배터리 기회 / 출처: 연합뉴스

오 부사장도 “2025∼2026년 내 북미 생산과 소재 내재화가 성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고전하던 K-배터리 기업들에게 이번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이 실질적인 반전의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라는 악재 속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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