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국경 무역 재개 논의
미국 압박에 공동 대응 필요
경제 협력이 화해 물꼬

45년 만에 사망자를 낸 유혈충돌로 극도의 긴장 관계였던 중국과 인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5년간 중단됐던 국경 무역을 재개하고, 끊겼던 직항 노선도 복원한다.
세계 1, 2위 인구 대국이자 아시아의 라이벌이 손을 잡은 배경에는 미국의 관세 압박이라는 공통 변수가 있었다.
히말라야의 얼음이 녹는다

14일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과 인도가 2020년 이후 중단된 국경 무역을 재개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특정 지점에서부터 단계적으로 무역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0년 6월 라다크 갈완계곡에서 벌어진 충돌은 양국 관계의 최악의 순간이었다.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1975년 이후 45년 만에 발생한 인명 피해였다.
이후 양국은 3488킬로미터에 달하는 실질통제선을 따라 수천 명의 병력을 대치시켜야했다. 30년 넘게 이어져 온 국경 무역도 전면 중단된것이다. 이에 향신료, 카펫, 가축 사료, 도자기 등을 거래하던 히말라야 3개 지점의 시장이 문을 닫았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이날 블룸버그의 질의에 “국경 무역이 양국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인도와 적극 협력할 의사를 밝혔다. 또한, 다음 달에는 5년간 끊겼던 양국 간 직항 여객기 운항도 재개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이라는 공통분모

급속한 관계 개선의 이면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공세’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는 최근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유로 미국의 보복 관세 위협에 직면했으며, 중국 역시 미국과 관세 전쟁 휴전 상태지만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양국 간 경제적 협력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양국 교역액은 1362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인도의 대중 수출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3위인 인도는 이제 경쟁을 넘어 협력의 접점을 찾는 데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인도 정부는 최근 중국 기업의 인도 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 협력도 활기를 띠면서, 2017~2018년 316만 달러에 불과했던 국경 무역 규모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달 31일,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찾는다. 모디 총리의 중국 방문은 7년 만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국경 문제는 물론, 경제·기술 전반에 걸친 협력 방안까지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쟁과 협력의 줄타기

인도와 중국 사이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 존재한다. 1962년 전쟁으로까지 번졌던 양국의 국경 분쟁은 지금도 아루나찰프라데시, 악사이친 고원 등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수천 명의 병력이 국경에서 대치 중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두 나라는 비서구적 가치관, 주권 존중, 비간섭주의라는 공통된 외교 원칙을 공유한다. 글로벌 사우스를 대표하는 신흥 강국으로서, 공동의 이익도 적지 않다.
특히 미중 신냉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인도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 하고, 중국 역시 대미 갈등이 격화되는 시점에 인도와의 관계 안정에 전략적 가치를 두고 있다.
양국은 최근 고위급 외교 채널을 재가동하고 군사 충돌 방지를 위한 긴장 완화 조치에도 나섰다. 상호 경제 의존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과 에너지 등 분야에서 점진적인 협력 확대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이에 블룸버그는 “국경 무역 재개 움직임은 양국 간 긴장이 완화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진단했다.
히말라야의 얼음장 같던 양국 관계가 경제라는 따뜻한 바람에 녹아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