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전세 공포 피했는데 “한숨만 나온다”…잇달아 치솟자 서민들 ‘막막’

올해 월세 거래량, 전세 거래량보다 14.9% 늘어
전세사기와 대출금리 상승 여파

“전세사기 위험 때문에 월세를 찾고 있어요”, “월세가 올라 부담스러워도 대출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어요”

전세사기 여파와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택하는 경향이 짙어지자 월세 가격이 치솟고 있다.

월세 거래 작년 동기보다 증가

올해 서울 빌라 월세 거래량은 10% 증가한 반면 전세 거래량을 13% 감소했다.

9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부 실거래가격을 바탕으로 올해 1월에서 11월까지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월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월세 거래는 총 6만 6천194건으로 작년 동기(6만 125건)보다 10.1% 늘었다.

전세 거래는 5만 7천6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월세 거래량은 전세 거래량보다 14.9%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이 월세 거래량보다 10.5% 더 많았던 지난해 상황과 대조적이다.

월세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아파트 거래를 포함한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 월세 거래 비중은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59.2%(3만 7780건)에 달했다.

연간 서울 월세 거래량은 2021년 32만 7931건에서 지난해 44만 8490건으로 꾸준히 늘어 올해는 10월까지 누적 월세 거래량만 41만 3504건에 달해 역대 최다 수준인 50만 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수요 늘자 보증금 낮추고 월세 올린다

수요가 늘자 월세 가격 또한 치솟고 있다. 서울 연립·다세대의 전세 보증금은 올해 1~11월 평균 2억 3천17만 원으로 전년 동기(2억 2천172만 원)보다 3.8%(845만 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실거래가)은 2021년 90만 원(평균 보증금 2억 1261만 원)에서 2024년 105만 원(평균 보증금 1억 9981만 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을 조정하더라도 월세를 높여 받고자 하는 집주인들의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전세사기 여파와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경향이 더욱 짙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문가는 올해는 전세보증금이 많이 올라서 대출이 어려워지거나 금리가 올랐을 시점에 보증금 마련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반전세나 월세 쪽으로 가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기본적으로 전세사기를 해결 못 한 상태다 보니 전세금으로 아파트 외의 주거 형태에 계약하는 것에 불안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는 등 금융권의 대출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여기에 전세대출 금리가 올라 은행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가 막히자 집주인들도 전세로 내놓은 물건을 속속 월세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전세 시장이 급속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향후 전세 비중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세 증가, 가계소비 위축 부른다?

한편 주택시장에서 월세 주거비가 1% 늘어나면 전체 가계소비가 평균 0.02%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인 가구의 지출 가운데 2023년 기준으로 월세 등 주거·수도·광열비 비중이 평균 20%를 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으로 월세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산업경제팀 김정성 과장은 “월세 상승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저소득층의 소득기반 확충 등 정책적인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