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줄 알았는데” 이상 신호 감지됐다… 현대차마저 ‘어쩌나’

성장률 둔화와 친환경차 판매 감소
트럼프 관세 여파 본격화 조짐
산업계 전망치 하향 조정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온 현대차그룹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성장률 둔화와 수요 감소라는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성장세 속 숨겨진 위기 신호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8개월 연속 판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률 둔화라는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총 17만251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했다고 현대차그룹이 지난 4일 발표했다.

현대차가 8.1% 증가한 9만1천244대, 기아가 5.1% 늘어난 7만9천7대를 미국 시장에 판매했다.

그러나 이는 올해 초 두 자릿수 성장률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시장에서 1월 13.1%, 3월 13.4%, 4월 16.3%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5월에는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

특히 친환경차 분야에서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다. 현대차·기아의 5월 미국 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3만2473대로 전년 동월 대비 5.3% 감소했다.

하이브리드차는 2만4876대로 24.9% 증가했지만, 전기차는 7597대로 47.1%나 급감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기아 EV9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대기 수요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관세 폭탄의 여파

이러한 성장세 둔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 정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3~4월 관세 부과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구매를 서둘렀던 추세가 5월에는 상당 부분 잦아들면서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시장의 5월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2%, 전월 대비로는 영업일이 하루 늘었음에도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더욱 심각한 것은 리서치 업체 워즈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미국 내 5월 경형 차량의 계절 조정 연환산 판매 대수가 1565만대로 4월(1725만대)보다 약 160만대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최대 하락폭으로, 관세 정책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 암울한 산업 전망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미국 내 승용차 및 경차 판매량이 올해 1510만대로 지난해(1570만대)보다 약 60만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내년에는 판매량이 1400만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산업연구원도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에서 한국의 자동차·부품 수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 상반기 4.9% 감소에 그쳤던 수출은 하반기에 11.4%까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올해 전체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8.0% 감소한 859억2000만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 미국 고관세 정책 영향이 본격화해 현지 생산이 수출을 대체하고, 미국 시장 수요 위축이 부품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신공장 HMGMA의 가동률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당초 2028년으로 예정된 연간 30만대 생산 목표 시점을 앞당겨 미국 현지 생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