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산업통산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만에 수출한 한국이 대만에 수출한 메모리 반도체 규모가 3배 이상 급증했다.
대만은 2018년 이후 한국의 5위 메모리 반도체 수출 지역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7년 만에 베트남, 미국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한국, 고대역폭 메모리 대만 수출 급증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 가속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의 대만으로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증가는 주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고대역폭 메모리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1월부터 6월까지) 동안 한국이 대만에 수출한 메모리 반도체는 총 42억 6천만 달러에 달해, 작년 동기 대비 225.7%의 놀라운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출 증가율인 88.7%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다.
2010년대부터 한국의 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연간 1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 사이를 유지해왔으나, 최근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연간 수출액이 8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서 3위로 급부상
대만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 대상 지역 중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이후 대만은 지속적으로 한국의 5위 수출 지역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베트남과 미국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과 관련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이 나온다.
과거 한국에서 대만으로 수출되던 메모리 반도체는 주로 PC나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소비자 제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D램과 같은 부품이 대부분이었다.
올해 수출량 증가의 상당 부분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관련 제품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제품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탑재되는데, 대만에서 패키징 작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과거 PC 등 컴퓨터 부품용으로 나가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많지 않았다”며 “최근 급격한 증가는 TSMC의 (AI 가속기) 최종 패키징과 관련된 SK하이닉스 물량과 관련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GPU, 대만에서 패키징
팹리스(fabless) 기업인 엔비디아는 AI 가속기의 핵심 구성 요소인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생산을 대만의 TSMC에 위탁하고 있다.
TSMC는 대만 내 자사의 패키징 공장에서 이러한 GPU와 함께 SK하이닉스 및 마이크론으로부터 공급받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결합하여 AI 가속기를 완성시키고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하게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며, 삼성전자도 차세대 5세대 HBM인 HBM3E 제품에 대한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 추이는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향 고대역폭 메모리(HBM) 매출 증가 추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지만,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21년 2분기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는 올해 HBM 매출이 작년 대비 약 300%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