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늘었는데 살림은 더 팍팍”… 월 542만 원 벌어도 살림 팍팍한 결정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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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총소득 증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출처-연합뉴스

가계 소득과 소비 지표는 좋아졌는데 체감 경기는 왜 더 나빠졌을까. 2025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542만 2,000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하고, 소비지출도 300만 8,000원으로 3.6% 늘어났다. 숫자만 보면 10개 분기 연속 소득 증가세를 이어가며 소비 심리도 회복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 증가율은 각각 1.6%, 1.2%에 그쳤다. 더 충격적인 것은 2025년 한 해 실질소비지출이 0.4% 감소하며 2020년 팬데믹(-7.4%) 이후 5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2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조사’는 명목 회복의 이면에 숨겨진 가계경제의 민낯을 드러냈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4분기 임금 상승과 서비스업 생산 증가, 추석 명절 영향으로 소득이 늘었다”고 분석했지만, 동시에 “실질 증가 폭은 제한적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434만 9,000원으로 3.4% 증가했으나, 흑자율은 30.8%로 오히려 0.2%포인트 하락했다.

교육·문화 지출 급감…”질적 소비” 위축 심각

2025년 4분기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출처-국가데이터처, 연합뉴스

2025년 연간 실질소비 감소는 교육(-4.9%), 가정용품·가사서비스(-6.1%), 오락·문화(-2.5%), 식료품·비주류음료(-1.1%)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위축이 나타난 결과다. 특히 교육과 문화 지출 감소는 인적자본 투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반면 4분기만 보면 교통·운송(10.4%), 기타상품·서비스(10.9%), 식료품·비주류음료(5.1%) 등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추석 명절로 인한 일시적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사적 이전소득이 7.9%나 급증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가구간이전지출(22.7%)과 경상조세(11.5%) 증가로 비소비지출이 6.5% 늘어나며 가계 부담이 가중됐다.

“부자는 더 부자로”…소득 불평등 5.59배 악화

소득 격차(PG)/출처-연합뉴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소득 양극화 심화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5.28배에서 5.59배로 0.31배 상승하며, 상위 20% 가구 소득이 하위 20%의 5.5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소득 불평등이 뚜렷하게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더 심각한 것은 저소득층의 소비 구조다. 1분위 가구는 월평균 소득 126만 9,000원에 소비지출 146만 4,000원을 기록했다. 소득 증가율(4.6%)보다 소비지출 증가율(5.7%)이 더 높아 빚을 내거나 저축을 깨며 생계를 유지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반면 5분위 가구는 월평균 소득 1,187만 7,000원으로 6.1%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511만 원으로 4.3% 증가에 그쳤다. 고소득층은 소비를 억제하며 자산을 축적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소득을 초과하는 소비를 이어가는 역설적 상황이다.

“명절 효과 빠지면”…지속 가능성 의문

출처-연합뉴스

4분기 소득 증가가 추석 명절 특수와 연말 보너스 등 일회성 요인에 크게 의존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2026년 1분기 지표를 통해 실질적인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분기 평균소비성향이 69.2%로 6개 분기 만에 상승 전환한 것도 명절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재정경제부는 “소득 5분위 배율을 통한 소득 분배 분석은 주의가 필요하다”며 “공식적인 소득분배 개선 여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동시에 “경기회복 모멘텀 확산 노력과 함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지원 강화, 체감물가 안정 등 민생 부담 경감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명목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실질 구매력 약화와 소득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가처분소득 확대와 물가 안정 없이는 실질적인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6년 가계경제가 진정한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지, 1분기 지표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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