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답 없는 상황인데 “여보, 이러다 보상도 못 받으면”… 갑작스러운 통보에 ‘발칵’

홈플러스 임차점 수천 명 고용 위협
소상공인 투자금·보증금 날릴 위기
언론 통해 폐점 소식 접한 입점주들 충격
홈플러스
홈플러스 폐점 통보 / 출처: 연합뉴스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눈앞이 캄캄했죠.”

홈플러스 잠실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초반 A 씨의 말이다.

지난해 2월 홈플러스와 2027년 6월까지 전대차 계약을 맺고 보증금 2,400만 원을 포함해 1억 5천만 원을 투자했지만, 갑작스러운 폐점 통보에 막막한 심정이다.

임차 계약 해지 통보에 입점 상인들 ‘패닉’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대규모 점포 정리에 나서면서 입점 상인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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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폐점 통보 / 출처: 연합뉴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 신청 이전에 이미 9개 점포 폐점을 확정했고, 최근에는 임차료 조정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17개 점포에 대해 추가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업계에서는 이 총 26개 점포가 모두 폐점될 경우 5,000여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계약 해지 대상은 가양, 일산, 시흥, 잠실, 계산 등 17개 점포로, 점포별로 10~30개 매장, 총 200~300개 매장이 입점해 운영 중이다.

대부분의 입점 상인들은 이 소식을 사전 통보 없이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충격에 빠졌다.

A씨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상황에서 폐점이 확정되면 약속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보상 없이 매장을 접으면 매달 180만원에 이르는 원리금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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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폐점 통보 / 출처: 연합뉴스

더욱 심각한 것은 대형마트 입점 매장들이 특수상권으로 분류되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최대 10년의 계약 갱신청구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권리금도 인정받지 못한다.

게다가 폐점이 확정되면 6개월 이내에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소통 부재에 신뢰 급락… “두 번 뒤통수 맞았다”

입점 상인들의 분노는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다. 상당수 점주들은 임차 계약 해지 통보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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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폐점 통보 / 출처: 뉴스1

생계가 달린 중대한 결정임에도 사전 설명이나 공지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일산점 식음료 매장의 한 점주는 “기습적인 회생절차 개시에 이어 예고 없는 임차 계약 해지 통보까지 두 차례나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며 “이는 결국 손실 나는 점포를 대거 정리하려는 의도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신은 매출 감소로 인한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논현점에서 음료 매장을 운영하는 B 씨는 “회생 개시 이후 월 매출이 20~30%가량 줄었다”며 “개업 8개월 만에 영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고 우려했다.

직원들도 고용 불안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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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폐점 통보 / 출처: 연합뉴스

직원들의 상황도 밝지 않다. 홈플러스는 폐점이 확정될 경우 직원들에 대해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하고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노동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충남 천안지역의 경우 점포 2개(천안·천안신방점)가 모두 임차 계약 해지 대상이 되어 지역 내 전환 배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마트산업노조에 따르면 두 점포 직원 수는 178명에 달한다.

사측은 천안지역 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4개점으로 분산 배치한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점포당 직원 수가 10명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슈퍼마켓이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노조 측은 “실질적인 고용 유지가 어려운 전환 배치는 구조조정과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홈플러스 측은 “현재도 임차료 협상을 지속하는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마지막까지 임대주와의 협상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입점 상인들과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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