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에서 5명으로 줄어든 직원들
저축 풀어 사업 유지하는 소상공인들
전문가들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남은 자산을 모두 팔고 문을 닫는 것이다.”
미국 뉴햄프셔주의 소기업 파이브스타노스의 스콧 앤더슨 대표가 던진 이 절망적인 한마디가 미국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과도한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소기업들이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무너지는 소상공인의 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으로 중국에 거래처를 둔 소기업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많은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직원을 감축하거나 소유주의 개인 저축을 활용해 현금을 마련하는 등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사인펜부터 야외 조명용품까지 다양한 소비자 제품을 중국 제조업체들과 협력해 생산해 온 파이브스타노스는 올해 초 12명이었던 직원을 최근 5명으로 줄였다.
앤더슨 대표는 “권력자들은 소기업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업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중국산 직물로 텐트를 생산하는 콜로라도주의 스카이뷰텐트는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직원 5명 중 1명을 해고했다. 회사는 자재 주문을 보류하며 신규 투자자 확보에 나선 상태다.
중국에서 카드 게임을 주문해 판매하는 ASM게임스의 알프레드 마이 공동창업자는 개인 저축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를 환매해 현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를 부담하고 재고를 확보할지, 아니면 차라리 재고 확보를 포기할지 고심 중”이라고 토로했다.
WSJ은 소기업들이 대체로 낮은 마진율과 부족한 현금 보유량을 가지고 있으며, 생산지 이전이 용이하지 않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무역전쟁의 충격에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
이러한 소상공인들의 위기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세계 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 4월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아시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2027년 세계 GDP가 0.6%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125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아이러니하게도 관세 정책을 추진한 당사국인 미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소는 미국이 관세 정책이 없는 상황과 비교해 2027년 GDP가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중국산 물품의 수입 가격 상승과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의 수익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전자상거래 플랫폼 피에트라의 로낙 트리베디 공동창업자는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앞으로 대규모 해고와 폐업 사태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계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이미 이달 초 소규모 수입업체에 적용되는 관세를 면제해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청했다.
상공회의소는 “합의 타결에 수주나 수개월만 걸린다 해도 많은 소기업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볼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충격파는 소비자로 향한다

관세 정책의 여파는 기업을 넘어 일반 소비자들의 일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다른 국가의 관세 수준에 맞출 경우 소비자 물가는 1.7~2.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으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8%로 1월보다 더 확대됐다.
미국진보센터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가구당 평균 연간 5,200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으며, 특히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소비자 부담 증가는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택스 파운데이션은 지난달까지 단행된 관세만으로도 미국 GDP가 0.4% 감소하고, 일자리가 30만 개 이상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지출이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소비 위축이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