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에 환율 치솟아
중소기업 “손익분기점 넘었다”
외환위기설 속 펀더멘털 양호

“연초부터 지금까지 환율이 계속 높아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충남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한숨을 내쉬었다.
원자재를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이 중소기업은 최근 급등한 환율로 인해 자재 주문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위협과 국내 정치 불안으로 요동치는 환율이 산업 현장 곳곳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팔면 팔수록 적자” 중소기업의 한숨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1440원을 넘어선 환율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로 1480원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90일간 관세 유예를 발표하면서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중소기업 현장의 부담은 여전하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승해 이익과 수출 모두 증가한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대다수가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가공해 대기업에 납품하거나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이 곧 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1월 실시한 ‘고환율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한 중소기업은 전체의 51.4%에 달했다.
반면 이익이 발생했다는 기업은 13.3%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들이 영업 적자를 보기 시작하는 손익분기점 환율이 평균 1334.6원으로 응답한 점이다. 현재 환율은 이미 이를 훌쩍 넘어섰다.
경남에서 자동차 부품사를 운영하는 박 모 씨는 “환차손만 한 달에 억 단위로 발생한다. 팔면 팔수록 적자”라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제2의 외환위기 오나” 불안감 확산

기업 현장에서 고환율로 인한 고통이 확산되면서, 더 큰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언론 보도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에 외환 위기가 다시 오는 거 아니냐?”라는 불안감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공격적 보호무역 조치와 국내 정치 불안이 맞물려 1998년과 유사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근 환율 급등은 미국 달러 강세, 국내 정치 불안, 공격적인 관세 정책, 자본 유출, 내수 성장 둔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상호관세 및 보복관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우리나라의 정치 혼란과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가 맞물려 원화 약세 및 외환시장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아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 체력이 1998년 외환 위기 당시와 비교해 현저히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1997년 30~40억 달러까지 줄었던 외환보유액은 현재 4천억 달러 수준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으며, 단기외채 비율도 1997년 63%에서 현재 32% 수준으로 크게 개선됐다.
경상수지 역시 1997년 적자에서 현재는 2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기업 부채 비율도 1997년 평균 500%에서 현재 102% 수준으로 낮아져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이 강화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단기외채 비중이 작아 외환위기 가능성은 작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들은 정부에 실질적인 금융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대출만기연장 및 금리인하'(42.8%), ‘물류 지원 확대'(26.7%), ‘환변동 보험 및 무역 보증 지원'(26.1%) 등이 필요한 지원책으로 꼽혔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중기부는 ‘트럼프 2기 대응 TF’를 구성·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고환율 피해기업 304개사에 550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또한 전국 15개 수출지원센터에 애로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수출 영향 품목 50개를 특별관리할 계획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이런 지원책이 위기를 넘기는 버팀목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언제 까지 보조금을 얼만큼 줄껀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