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도 아닌데… “한국 없인 안된다” 소문 돌더니, ‘역대급 잭팟’ 터뜨린 ‘이 기업’

“저 기술력 탐난다” 미국도 놀란 K-조선
허점 파고든 기발한 ‘블록’ 방식
단순 협력을 넘어 미국 조선소 인수까지

“미국의 새로운 해양 르네상스 시대를 함께 열 든든한 파트너가 될 준비가 됐습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 27일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던진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다.

한때 세계 바다를 지배했던 미국 조선업이 이제 한국의 손을 잡고 부활을 꿈꾸고 있다.

왜 미국은 한국을 선택했나?

미국이 HD현대에 손을 내민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기술력’이다. 정기선 회장은 미 해군과의 협력에 있어 인공지능(AI)과 자율운항 기술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의 기술 개발 전문 자회사인 아비커스는 이미 3년 전, 사람의 조종 없이 거대한 상선이 스스로 태평양을 건너게 하는 데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HD현대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미국의 유명 방산 AI 기업인 ‘안두릴’과 손을 잡았다.

두 회사의 기술이 합쳐지면, 군함이 스스로 판단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보던 미래형 함정이 탄생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의 협력은 구체적인 계획으로 이어지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26일 미국 최대의 군함 제조사인 헌팅턴잉걸스(HII)와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을 함께 만들기로 약속했다.

군수지원함이란 바다 위에서 다른 전투함들에게 연료나 무기, 식량 등을 보급해 주는 일종의 ‘움직이는 보급기지’와 같은 중요한 배다.

하지만 한 가지 큰 걸림돌이 있었다. 미국은 법으로 자국 해군의 배를 반드시 미국 땅에서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HD현대가 울산의 최첨단 조선소에서 배의 핵심 부분을 거대한 ‘블록’ 형태로 먼저 만든 뒤, 이를 미국으로 옮겨 헌팅턴잉걸스 조선소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는 한국의 앞선 기술력과 미국의 방산 시장 경쟁력을 결합하는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단순 협력 넘어 ‘미국 조선소 인수’까지

정기선 회장은 미국 조선소를 직접 인수할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며, 조선소 인수도 그중 하나”라고 27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라는 이름의 거대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음을 의미한다.

이미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의 수리 사업을 따내며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사장은 “양국의 기술과 경쟁력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미 조선 동맹이 세계 해양 패권의 지도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