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능하다니”…55조 시장 열리자 현대도 판 키운다

산업계 거인들의 로봇 투자 가속화
노동력 감소에 대비하는 제조 혁명
현장 적용까지 총력전 펼쳐

“로봇이 사람을 대신할 날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올 수 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간형 로봇 개발에 속속 뛰어들면서 제조업 현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앞당겨지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조선소 생산력 혁신 나선 HD현대

HD현대가 국내 최초 용접 휴머노이드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 8일 미국 휴스턴에서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기업 페르소나 AI, 로봇 엔지니어링 기업 바질컴퍼니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정밀 용접 작업이 가능한 휴머노이드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조선소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작업자의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역할 분담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HD현대로보틱스는 AI 기반 용접 자동화 기술과 로봇 성능 검증을 담당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실제 조선소 환경에서 휴머노이드를 테스트하고 현장 적용을 위한 데이터 및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참여 기업들은 2026년까지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인 현장 실증과 상용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소 작업에 최적화된 휴머노이드 구현을 통해 조선업 자동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기업들의 로봇 투자 경쟁 가열

HD현대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대기업들의 로봇 기술 투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35.0%를 확보했다. 2011년 카이스트 휴보 랩 연구원들이 설립한 이 기업은 현재 삼성전자 자회사로서 제조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2021년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지난 3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AI 강화학습을 통해 공중제비나 브레이크 댄스 등 새로운 동작을 선보이며 기술 발전을 입증했다. 이러한 기술은 향후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은 “삼성, 현대차, LG, 두산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등 주요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대중화를 위해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투자 열기에 맞춰 시장 전망도 눈부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데이터브리지마켓리서치는 지난해 2조 5000억 원에 불과했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31년 34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더 나아가 2035년 55조 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 도입 시점, 예상보다 빨라진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시장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제 도입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3월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환경이 통제됐고,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이 명확해 공장으로 먼저 가야 한다”라면서 “5년 뒤의 문제가 아닌 몇 년 뒤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태듯 최병호 고려대 AI 연구소 교수는 “향후 노동인구 감소에 따라 AI 로봇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국내에선 현대차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현대차 인수 이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하는 쪽으로 로봇을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제조 현장의 로봇 혁명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동력 감소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열쇠로, 휴머노이드 기술은 이제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