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들 대기업만 찾더니 “그럴만한 이유 있었다”… 입 벌어지는 연봉에 ‘눈길’

대기업 평균 연봉 1억 넘는 곳 55개사로
대·중소기업 임금 차 3000만 원 육박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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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평균 연봉 / 출처: 연합뉴스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봉 차이는 평생 벌어도 못 따라잡는 수준이에요.” 취업준비생 김 모(27) 씨는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3년째 대기업 취업을 위해 밤낮없이 준비 중이다. 주변에서는 중소기업도 한번 고려해 보라는 조언이 이어지지만, 김 씨는 고개를 저었다.

대기업 임직원 절반 이상이 평균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반면, 중소기업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최근 통계로 확인됐다.

이런 현실적 격차 앞에서 청년들의 ‘대기업 선호’ 현상은 필연적인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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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평균 연봉 / 출처: 연합뉴스

대기업 연봉, ‘1억 원 클럽’ 대세

지난달 31일 연합뉴스가 지난해 매출 100대 기업 사업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1억원 클럽’ 기업이 55개사에 달했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 9개사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 이후 대기업 연봉이 급격히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국내 매출 상위 10대 기업은 예외 없이 모두 1억 원 클럽에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1억 3천만 원, 현대차 1억 2천400만 원, 기아 1억 3천600만 원, LG전자 1억 1천700만 원의 평균 연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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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평균 연봉 / 출처: 연합뉴스

특히 SK이노베이션(1억 5천800만 원), HD현대(1억 5천900만 원) 등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더 높은 임금 수준을 나타냈다.

한국 대기업의 임금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상위권에 속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3년 500인 이상 대기업 대졸 초임은 구매력평가 기준 5만 7천568달러(약 8천270만 원)로, 일본 대기업(5천230만 원)보다 57.9% 높았다.

이는 프랑스보다 높고 미국, 독일과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 대기업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대·중소기업 간 ‘현실적’ 임금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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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평균 연봉 / 출처: 연합뉴스

이처럼 대기업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중소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 상용근로자의 연간 임금은 처음으로 7000만 원을 돌파해 7,121만 원을 기록했다.

반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4,427만 원으로, 그 차이가 2,694만 원에 달했다. 이런 격차는 많은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수년간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핵심 이유다.

이러한 격차는 국제 비교에서도 확인된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대기업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591만 원인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는 286만 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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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평균 연봉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주목할 점은 이 격차가 미국, 일본, 독일 등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훨씬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국의 임금 양극화는 글로벌 기준으로도 심각한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 꼽힌다.

심화되는 격차의 원인과 전망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은 18.8%로, 300인 미만 중소기업(15.1%)보다 높았다. 시간이 갈수록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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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평균 연봉 / 출처: 연합뉴스

경총의 분석에 따르면 특히 특별급여(성과급, 상여금) 인상 폭에서 차이가 컸다. 대기업의 특별급여 인상률은 26.3%로, 중소기업(16.6%)보다 훨씬 높았다.

임금 총액 인상률 차이(3.7%포인트)보다 특별급여 인상률 차이(9.7%포인트)가 더 컸다는 점은 호황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지난해까지 지속된 고물가로 대기업 임금이 계속해서 상향됐지만 중소기업 임금 상승폭은 크지 않아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임금 수준 제고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구조적 격차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준비생들의 대기업 선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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