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졸업식 등 꽃 수요 증가 시즌
기후 변화 및 생산 단가 상승으로 가격 급등

화훼 업계에서 가장 성수기 중 하나인 졸업식 시즌을 맞아 생화 가격이 급등하며 꽃다발 준비가 학부모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이모 씨(50)는 초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꽃다발을 사러 갔다가 가격표를 보고 놀랐다. 장미와 프리지아 등 생화로 구성된 꽃다발이 7만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는 “5만 원 정도를 예상했는데 훨씬 비싸 망설였다”며 “잠깐 사진 찍으려고 쓰는 건데 너무 비싸다. 그래도 졸업식인데 안 살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샀다”고 하소연했다.

급등한 생화 가격, 졸업 시즌 경제적 부담 가중
생화 가격은 지난달보다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올라 학부모들의 부담도 더 가중되는 상황이다.
특히, 꽃다발에 주로 쓰이는 장미, 거베라의 가격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 유통 정보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장미 1단의 경매 가격은 한 달 새 25.3% 올라 1만5843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거베라는 두 배 이상 올라 1만1340원에 거래됐다.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졸업식과 같은 이벤트가 집중된 시기에 수요가 폭증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장미 가격은 매년 1~2월과 12월에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꽃다발에 많이 쓰이는 튤립의 경우 양재 화훼공판장에서 이달 평균 경매가격이 1단에 1만307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넘게 뛰었다.
한편, 기후 변화로 인한 생화 출하량 감소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겨울철 난방비 상승과 재배면적 감소로 화훼농가의 생산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농업용 면세 등유 가격이 최근 몇 년간 리터당 1000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른 졸업식도 영향…공급 부족 심화
가격 상승의 원인은 이뿐만 아니다 보통 2월에 집중됐던 졸업식이 1월로 앞당겨지면서 화훼 공판장의 경매 물량이 예년보다 감소했다. 울산 지역의 화훼 공판장에서는 이달 초까지 거래된 꽃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 감소했다.
울산 울주군의 한 꽃가게 대표는 “필요한 꽃을 확보하기 위해 산지까지 찾아갔지만 물량 부족으로 충분히 구하지 못했다”며 “이른 졸업식이 늘어나며 수요는 폭증했지만 겨울철 공급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화 가격 부담이 커지자 대체재나 중고 꽃다발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특수보존 처리를 거쳐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최근 생화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졸업식 후 꽃다발을 중고로 판매하거나 구매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사진만 찍었다”는 꽃다발이 2~3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학부모 부담 가중에 대체제 및 중고 거래 활발
꽃다발뿐 아니라 입학·졸업 선물도 학부모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10대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예컨대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는 약 75만 원, 삼성의 태블릿 PC는 130만 원 이상에 달한다.
꽃과 선물의 가격이 급등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오는 가운데 절약하기 위해 대체재를 찾거나 중고품 활용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축하받을 일에 빠질 수 없는 꽃과 선물이지만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축하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점차 확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