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금 수천 억이 이렇게 쓰이다니”… 뒤통수 맞은 서민들 ‘아뿔싸’… 무슨 일이?

정부 지원사업 악용한 대형마트
‘가짜 할인’으로 소비자 기만
구멍 뚫린 감시 시스템

“물가 잡겠다더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을 믿고 대형마트를 찾았던 소비자들이 깊은 배신감에 휩싸였다.

국민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투입된 막대한 나랏돈이 일부 대형마트의 교묘한 상술에 악용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할인 행사 직전 가격 뻥튀기, ‘눈 가리고 아웅’ 식 판매 수법

정부는 고물가 시대에 가계 부담을 덜어주고자 ‘농축산물 할인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소비자가 대형마트 등에서 정부 지정 농산물을 구매할 경우, 가격의 20%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의 혜택은 당연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난 9월 감사원이 발표한 정기감사 자료에 따르면, 일부 대형마트들은 이 제도를 악용해 부당 이득을 챙겨왔다.

이들의 수법은 간단했다. 정부가 지정한 할인 행사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 해당 품목의 정상 판매 가격을 미리 올려놓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시금치 가격 조작 사례가 있다. 한 대형마트는 할인 행사가 없던 2023년 11월 말, 시금치 100g을 500원대에 팔았다.

그러나 정부의 20% 할인이 시작된 12월 초, 이 마트는 돌연 시금치 가격을 788원으로 30% 이상 인상한 뒤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심지어 2주 뒤에는 974원까지 가격을 폭등시켜, 할인 전보다 무려 65%나 비싸게 파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조사 대상 품목 42%가 ‘꼼수’, 공정위 칼 빼 들었다

이러한 ‘꼼수 할인’은 일부 품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감사원이 2023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 대형 유통업체의 할인 품목 313개를 조사한 결과, 무려 42%에 달하는 132개 품목에서 행사 직전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린 정황이 발견됐다.

결국 정부가 국민 혈세로 지원한 할인 보전금은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고스란히 대형마트의 수익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대형마트의 도덕적 해이가 장기간 지속되는 동안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리 기관인 유통공사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2024년 9월경 대형마트들이 행사 직전 가격을 올리는 정황을 파악하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묵인했다.

유통공사 역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는지만 확인했을 뿐, 그 이전 가격이 얼마였는지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더는 커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