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종이로 보나요” 하는데… 300억 넘게 세금 들이는 이유 있었다

선거공보물에 370억 세금 투입
고령층 디지털 활용 능력 낮아
종이냐 전자냐 의견 분분
선거공보물
선거공보물 발송 / 출처: 연합뉴스

“선거공보물은 뜯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버렸어요. 분리수거장에 가보니 다른 입주민들이 버린 공보물이 산처럼 쌓여 있더라고요.”

지난 21대 대선 당시 한 아파트 주민의 말이 국내 선거 문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배달된 선거공보물이 개봉조차 되지 않은 채 재활용 수거함으로 직행하는 광경이 전국 아파트 단지에서 목격되고 있다.

읽지도 않는 종이 공보물에 370억 투입

21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제21대 대선에서 책자형 선거공보물 2,400만 부가 1차로 발송됐다.

선거공보물
선거공보물 발송 / 출처: 연합뉴스

이후 전단형 선거공보물 2,300만 부가 투표안내문과 함께 2차 발송될 예정으로, 총 4,700만 부의 종이 공보물이 유권자에게 전달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진행 중이라 정확한 예산 집계는 어렵지만, 20대 대선에서는 발송 비용으로만 320억 원이 소요됐고, 이번에는 370억 원이 편성됐다”고 밝혔다.

제작비를 제외하고도 인건비와 등기우편 비용이 막대하게 투입되는 셈이다.

이렇게 국민 세금으로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선거공보물이지만, 정작 많은 유권자들은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 모(32) 씨는 “책자형 선거공보물은 잘 안 보게 된다”며 “후보자 정보는 SNS나 유튜브로 확인한다”고 밝혔다.

선거공보물
선거공보물 발송 / 출처: 연합뉴스

또 다른 유권자 이 모(48) 씨는 “모바일 신분증까지 나오는 시대에 종이 선거공보물은 쓰레기이자 낭비일 뿐”이라며 “노인층 외에는 온라인으로 공보물을 발송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소외 노인층 위한 ‘종이’ 필요성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요구 속에서도 종이 공보물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고령층에게는 종이 매체가 중요한 정보 취득 수단이다.

수원에 거주하는 이 모(79) 씨는 “선거 때마다 선거공보물이 오면 꼼꼼히 읽는다”며 “각 후보자의 재산, 학력, 전과, 공약 등 세세한 사항들은 공보물을 봐야 정확히 비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공보물
선거공보물 발송 /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차이는 디지털 역량의 세대 간 격차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발표된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로 봤을 때 고령층은 71%로 다른 취약계층보다 가장 낮았다.

특히 70대 이상의 ‘디지털정보화 역량’은 일반 국민의 30% 수준에 불과했으며, 인터넷 활용 능력은 4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은 종이 선거공보물이 여전히 중요한 정보 전달 수단임을 보여준다.

환경오염과 예산낭비, 선택적 발송제도 필요

선거공보물
선거공보물 발송 / 출처: 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에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종이 공보물의 필요성과 환경 및 예산 문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종이 선거공보물의 선택적 발송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종이 선거공보물 제작과 배송, 재활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상당하다”며 “카드사나 통신사처럼 종이 선거공보물 수령 여부를 유권자가 선택하게 하면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도 “이미 대부분의 은행이나 기업에선 이용자에게 금융 관련 고지서나 홍보물 등을 문자로 받아볼지 우편물로 받아볼지 직접 선택하게끔 하고 있다”며 “종이 선거공보물 발송 방식에도 이 같은 시스템을 접목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듯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는 선거정보 제공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과 환경문제로 전자공보를 도입해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선거공보물
선거공보물 발송 / 출처: 연합뉴스

종이 선거공보물을 둘러싼 이 같은 논쟁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변화가 필요하지만, 정보 접근성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선거 문화의 변화와 함께 세대 간 격차를 고려한 정책적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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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0대도 인터넷 잘 쓰니 7080대 및 시각 장애인 위주 큰 글씨 공보물 거주지 배송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