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용돈 보내는데 한 세월”… 갈 곳 잃은 중장년층, 대책은

은행 창구 찾아 3시간 버스 타는 노인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소외계층 불편 가중
이동점포로는 근본 해결책 되기 어려워
은행
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뉴스1

“통장 정리하러 갔더니 지점이 없어졌어요. 이제 버스 세 번 갈아타야 은행을 갈 수 있답니다.” 경기도 외곽에 사는 박 모(76) 할아버지의 말에 무거운 한숨이 묻어난다.

동네 유일한 은행 지점이 폐쇄되면서 평범한 금융 서비스조차 큰 여정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디지털 금융 시대가 가속화될수록 소외된 사람들의 불편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는 지난해 4분기 말 5,792곳으로 전 분기 말보다 57곳이나 줄었다.

이러한 감소세는 올해 들어 더욱 빨라져, 1분기에만 5대 은행의 국내 점포가 76곳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감소 폭(52곳)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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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뉴스1

점포 감소, 고령층 직격탄

은행 점포 축소는 2012년 4분기 정점(7,835곳)을 찍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정식 지점은 급감하는 반면, 약식으로 운영되는 출장소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경우 올해 1분기에만 지점이 140곳 줄어든 반면, 출장소는 64곳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의 여파는 특히 고령층과 지방 거주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연구원 자료를 보면, 고령층 비율이 높은 지방 중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에서는 은행까지 평균 4.8km를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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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연합뉴스

한 번에 모든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던 지점들이 사라지면서, 고령층은 단순한 입출금 업무조차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사회적 책임 사이

은행들은 이러한 점포 축소가 디지털 전환과 비용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KB국민은행 측은 “고객 이용 행태 변화에 대응하고 영업점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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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연합뉴스

신한은행 역시 “1분기 감소분 35곳 중 실제 폐쇄는 3곳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중복 지점의 명칭 통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금융 약자들의 접근성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소비자들의 금융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은 금융산업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라며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동점포, 제한적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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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동점포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5년 업무계획에서 시중은행들의 연간 이동점포 활용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분기별로 이행 현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지난 2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경남·iM뱅크 등 7개 은행이 다양한 형태의 이동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주로 고령층이 많은 복지시설이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을 방문하여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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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감소 /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이동점포에서는 간단한 입출금이나 예적금 신규 등 기본적인 업무만 가능할 뿐, 대출 상담이나 복잡한 금융 상품 가입 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이동점포만으로는 금융소외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동점포 확대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령층이 디지털 금융을 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동사무소나 노인 복지관 등에서 스마트폰 뱅킹 사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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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울시어머니연세80인데도
    너무나너무나잘하신다
    무슨대단한기술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