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결국 현실로 “이러다 삼성·SK까지 불똥 튀나”… 韓 경제 ‘초비상’, 대체 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격화,
불똥 튄 한국 조선업
한미 ‘조선 동맹’ 상징 기업이 표적이다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산업계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 전쟁의 유탄이 한국의 핵심 산업인 조선업에 직격했다.

중국이 미국의 고강도 관세에 대한 보복 카드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을 제재 명단에 올린 것이다.

중국은 왜 한화오션을 겨눴나

이번 사태의 포문은 미국이 열었다. 미국은 자국 항구에 들어오는 중국산 선박에 대해 막대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고강도 제재를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자국 조선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퍼부어 세계 시장을 장악하려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즉각적인 맞불 조치를 발표했다. 그 표적이 바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이었다.

제재 명단에는 한화오션이 미국 조선업 재건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비롯해 핵심 현지 법인들이 모두 포함됐다.

중국 정부는 “해당 기업들이 미국에 협조하고 조치 이행을 지원해 중국의 주권과 이익을 해쳤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중국 내 모든 기업과 개인은 이들 5개 회사와 어떠한 형태의 거래나 협력도 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미국에 대한 보복인 동시에, 조선업계 최대 경쟁국이자 미국의 핵심 군사 동맹인 한국에 ‘선을 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다목적 카드라고 분석한다.

흔들리는 ‘한미 조선 동맹’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미국의 조선업은 오랜 기간의 투자 소홀로 경쟁력을 상실해, 이제는 군함 건조는 물론 유사시 물자 수송에 필요한 상선조차 제때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급해진 미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조선업계에 협력을 요청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서 직접 선박을 구매하고, 한화오션 같은 한국 기업이 미국 땅에서 우리 노동자를 고용해 선박을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협력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는 이러한 양국 협력의 신호탄이었다. 중국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어, 이제 막 싹을 틔우려던 한미 협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번 한화오션 제재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다른 한국의 주력 산업에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협이다.

미국 시장과 안보 동맹을 고려하면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지만, 동시에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넛크래커’ 상황에 놓인 한국 기업들의 딜레마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중 갈등의 파고 속에서 한국 경제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